무라야마 담화 "일본 국국주의자가 해 끼친 것 사죄 의미"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 전 주한 일본대사는 17일 일본 도쿄의 일본국제교류재단에서 ‘한·중·일 협력사무국(TCS)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3개국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오구라 전 대사는 “근래 한국과 중국을 향한 일본 대중의 여론이 나빠진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역사문제 때문”이라면서 “더 중요한 원인으로 일본 사람들이 경제침체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북아시아에서는 근래 세력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일본 사람이 아직 그것에 대응할 여유가 없다”며 “과거 10여년을 돌이켜보면 한국과 중국의 국력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한일관계, 중일관계에 대해 “문학, 관광,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상당히 긴밀하고 경제, 무역에서도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많은 일본 사람은 한일, 중일관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악화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중국과 일본 간 정치·외교 분야에서 문제가 있다며 “경제, 문학, 스포츠 분야는 구체적인 교류로 국가주의를 이겨낼 수 있지만, 정치는 국가라는 영역에서 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말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내놓을 메시지에 관한 질문에는 무라야마(村山) 담화(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의 담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연속성이 있어서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운데 금기에 칼을 댄 좋은 담화”라고 평가했다.
특히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한국, 중국 국민뿐 아니라 일본 국민에게 해를 끼친 것을 사죄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주한 일본대사로 활동했고 2003년 10월부터 일본국제기금 이사장을 지냈다. 1981년 4월부터 1983년 1월까지 진행된 한일간 경제협력 교섭을 둘러싼 비화를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