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주관으로 1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열린 ‘해부학에 기반한 한의학의 발전 - 한의 의료행위와 한의사 의료기기 활용’ 기획 세미나에서 백유상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는 “한의학은 인체구조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 발전해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백 교수는 ‘한의학 속의 해부학’이라는 학술발표에서 “한의학은 오래 전부터 기능과 구조가 융합된 신체관 또는 인체관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현대에도 이같은 특성을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근세 이후 서양의학 유입 영향으로 한의학의 신체관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기능만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편협한 시각이 형성돼 한의학이 가진 많은 장점이 드러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 교수는 “근·현대 격동기 속에 한의학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해부학을 교육하고 그것을 한의학에 접목시켜려 했다”면서 “당연히 한의학도 인체구조에 대한 해부학 지식을 축적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일제강점기부터 한의학은 다양한 형태로 해부학을 다뤘다. 동서의학연구회가 1926년 세운 부속공인의학강습원 과목에는 해부학이 있었고, 의생시험을 위한 교육 목적으로 설립된 경기도립의생강습소 교과과정에도 해부학이 포함됐다.
당시 동서의학보와 조선의학계 등 학술잡지에서 신체 해부도와 장부도를 다룬 도해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한의학계가 해부학에 큰 관심을 보였고 발전시켜왔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이승덕 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는 ‘내경의 침자법에 대한 이해’, 김남일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는 ‘동의보감의 해부학에 대한 인식’ 발표를 통해 한의학의 해부학 연구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했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한의학은 철저히 해부학의 원리에 입각한 학문”이라며 “경혈, 경락 부위의 침술, 뜸치료는 물론 근골격의 구조와 역학적 관계를 활용한 추나 등의 치료방법은 해부학적 접근이 없다면 시술할 수 없는 한의의료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