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변인인 스테판 두자릭은 13일(현지시간) “반 총장은 아르메니아와 터키가 사건 발생 100주기를 함께 기리고 공동조사로 사실을 밝힘으로써 그런 잔혹한 범죄행위(atrocity crimes)의 재발을 막겠다는 집단적 의지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아르메니아 참극을 ‘20세기 첫 집단학살’이라며 규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견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장엄 미사에서 “지난 세기 인류는 세 차례 거대하고 전례 없는 비극을 겪었다”며 “20세기 최초의 ‘집단학살(genocide)’로 여겨지는 첫 번째 비극은 아르메니아인들에게 닥쳤다”고 말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반 총장이 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한 교황의 언급을 주목했다고 전하면서 “반 총장은 1915년에 일어난 일을 정의하는 데에 민감성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의 ‘집단학살’ 발언에 터키 정부는 앙카라 주재 바티칸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해명을 요구하고 바티칸 주재 터키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즉각 반발했다.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총리는 “(터키가 겪은) 고통을 편향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교황이라는 직위가 가진 권위에 비추어 봤을 때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아르메니아는 1915년부터 1917년까지 150만명에 달하는 아르메니아인이 오스만 제국에 학살됐다고 보고 있으나 터키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다수의 역사학자는 1915∼1917년 사이에 현재 터키공화국 수립 이전의 오스만 제국과 러시아 제국의 전투 과정에서 150만 명에 달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오스만 제국에 의해 학살됐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08년 대선운동 기간 중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은 개인적 주장이 아니라 엄청난 역사적 증거로 뒷받침되는 사실”이라며 ‘집단학살’로 규정한 바 있다.
한편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터키 수도 이스탄불과 뉴욕, LA, 워싱턴DC, 파리, 모스크바, 상파울루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오는 24일 아르메니아 참극에 대한 대규모 추념식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