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조재현/사진=아시아투데이 |
지난 17일 종영한 SBS 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는 6.3%(닐슨코리아, 이하 전국 기준)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마지막 회는 14.8%를 기록하며 월화극 1위로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
극중 검찰총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온갖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이태준 역을 맡은 조재현은 '펀치'의 성공을 예측했다고 했다. 김래원, 최명길, 박혁권, 김아중, 온주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 '추적자' '황금의 제국'으로 이미 탄탄한 필력을 자랑한 박경수 작가의 조합은 제목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펀치' 한 방을 날렸다.
"시청률 꼴찌로 출발했어요. 하지만 '펀치'는 잘 될 거란 확신이 있었죠. 함께 했던 배우들도 연기 경력이 이미 되는 배우들이었고 디테일한 연출력도 한 몫 했죠. 특히 대본이 정말 좋았어요. 대사가 금방 외워져요. 대본이 좀 늦게 나오는 편이었는데 보는 순간 반해요. 박 작가는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써요. 캐릭터의 가슴에서 소리를 내니까 좀 더 진정성 있게 그려질 수 있었어요. 기존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화법, 배우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죠."
'펀치'는 믿었던 인물이 뒤통수를 때리고, 또 그 인물이 다른 인물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그 중심엔 이태준이 있었다. 자신을 검찰청장 자리에 오르게 해준 박정환(김래원)이 시한부 인생을 알고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때, 누구보다 사악하게 변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태준이 악역인 것을 알면서도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찌질하고 못 살았던 유년기를 가진 이태준, 그런 콤플렉스를 갖고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한 인물이에요. 이태준이 좋았던 건 자신이 나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솔직한 이태준은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무조건 악역이라고 해서 냉혹하지만은 않았죠. 박정환을 못살게 굴면서도 '네 가족은 책임진다'고 말해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인물이죠."
'펀치' 조재현/사진=아시아투데이 |
그리고 이태준의 내면에는 왠지 모를, 박정환에 대한 애정도 깔려 있었다. 배신과 배신이 난무하는 이야기 가운데 이태준과 박정환의 우정은 남달랐다.
"20년 넘게 옆에서 붙어있던 조강재(박혁권)를 두고도 박정환에게 애정을 쏟는 건 박정환이 매력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조강재는 항상 옆에 있고 성실하긴 한데 영리하지 못했어요. 반면 박정환은 내 말을 잘 듣고 영리한 사람이었죠. 가르쳐준 것도 없는데 잘 해요. 쿵짝이 잘 맞았어요. 하지만 박정환은 내게 당근을 줬다, 채찍을 줬다 해요. 이태준은 '넌 나보다 독한 놈'이라고 말해요. 자신보다 더 독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 거죠."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든 건 배우들의 힘이 컸다. 워낙 매 장면마다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조재현은 이를 '화합의 힘'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기싸움이라는 기사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우린 기싸움을 한 게 아니에요. 연기는 같이 하는 거예요. 하나를 위해 만들어가는 거지 싸우는 건 아니죠.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되는 게 연기에요. 그런 의미로 이번 '펀치' 배우들은 서로를 잘 도와 열심히 했죠."
조재현은 종종 강연에서 '뒤를 보며 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때로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때로는 연극 무대에 오르는 조재현이라는 배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촬영장에서 보낸다. 촬영장은 모두가 '함께 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조재현은 "젊은이들 역시 뒤를 보며 갈 줄 알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충고했다.
"전 배우예요. 촬영장에서 대부분 살아가며 연기를 해요. 연기하는 시간은 곧 살아가는 시간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그 장소에서 내가 주인공이라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할 순 없어요. 연기는 함께 하는 공동체 작업이에요. 내가 하는 드라마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어요. 자기만 생각하는 배우가 있다면 전 그 작품을 안 해요. 어차피 살다가는 인생, 가장 많이 사는 곳이 촬영장인데 그곳에서도 힘들면 어떻겠어요. 배우들, 후배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을 조금만 낮추면 행복하고 우러러 볼 수 있다는 거예요."
'펀치' 조재현/사진=아시아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