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가 ‘앵무새 죽이기’에 앞서 1950년대 집필했던 ‘고 셋 어 워치맨’(Go set a Watchman)의 원고가 발견되자 출판사와 그녀의 변호인이 저자의 뜻에 반해 출간을 강행키로 결정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1960년 출간 이후 전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인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가 새로운 소설을 펴낸다면 출판계로서는 상업적 성공이 보장된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 아직도 6개월에 약 170만 달러(약 18억원)의 저작권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하퍼 리는 자신의 변호인인 토냐 카터를 통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자신이 이 책을 발간하도록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 때문에 “매우 마음이 아프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터는 “하퍼 리는 강인하고 독립적이며 현명한 여성으로 오랫동안 잃어버린 자신의 원고가 발견된 것을 기뻐해야 할 시간에 자신의 진실성과 의사 결정을 변호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하퍼 리의 새로운 소설 출간을 둘러싼 논란은 하퍼 리가 정작 자신의 뜻에 따라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또렷한지에 대해 지인 및 주변인들의 말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하퍼 리의 고향인 앨라배마주 먼로빌의 주민들은 하퍼 리가 최근 들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노쇠한 상황에서 친구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이나 신문 등을 읽을 때는 시각장애인용 보조기기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시력은 물론 청력도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의 시선을 기피해온 하퍼 리는 현재 유료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지난 7일 양로원으로 하퍼 리를 방문했던 2명의 친구들과 같은 측근들은 하퍼 리가 자신의 두번째 소설 출간에 매우 흥분하고 있다면서 그녀가 현재도 총명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 년째 하퍼 리를 돌봐온 한 양로원 직원도 하퍼 리가 정신이 초롱초롱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녀가 “매우 총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가까운 친구들은 하퍼 리가 그동안 다른 소설을 출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종종 해왔으며 두번째 소설 원고도 최근에야 발견된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오래 전부터 알려진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하퍼 리의 큰 조카인 행크 코너는 1950년대 중반 문제의 소설 원고 일부를 읽은 적이 있다면서 이 원고를 분실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퍼 리의 친구로 W.W.노튼의 편집장을 지낸 스탈링 로런스도 “하퍼 리가 ‘난 좋은 책을 한 권 집필했으며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은 하퍼 리의 저작권 관리 등을 도맡았던 변호사 언니 앨리스가 작년 11월 103세로 사망한 후 몇 개월 만에 신작 소설 출간 결정이 내려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2006년부터 고령의 앨리스로부터 하퍼 리의 저작권 관리 임무를 넘겨받은 카터 변호사는 충실한 법률대리인으로 하퍼 리의 완벽한 신뢰를 확보하면서 일부에서는 카터가 하퍼 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출판사와의 계약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하퍼 출판사의 조너선 번햄 선임 부사장은 카터 변호사와의 출간계약 협상만 벌였다면서 정작 하퍼 리와의 직접적인 협상은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퍼 출판사는 또 하퍼 리의 새로운 소설 원고의 리뷰를 위해 서너 명의 독자들에게 보냈다고 말했으나 이들 독자들이 누군인지는 밝히길 거부했으며 카터 변호사도 “상관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지난해 가을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이 소설 원고는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였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편이 된다.
앵무새 죽이기의 화자였던 어린 소녀 스카우트가 성인이 된 후 아버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