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에 ‘마천루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빌딩을 뜻하는 마천루(摩天樓)는 통상 높이 150m 이상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을 말한다. 마천루는 ‘21세기의 피라미드’ ‘첨단 건축기술의 집적화’ ‘부(富)의 집중화’ ‘현대판 바벨탑’ 등으로 불린다. 초고층 빌딩이 각광받는 이유는 국가 브랜드와 도시 경쟁력의 상징, 즉 랜드마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국내에도 잇따라 초고층 건물이 세워지면서 ‘최고층 건물’ 타이틀의 주인공도 5년 이내 주기로 바뀌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지난해 7월 준공한 인천 송도의 동북아무역센터(NEAT·305m·68층)다. 2011년부터 국내 최고층 빌딩이던 부산 해운대의 주상복합아파트 ‘위브더제니스(80층·299.9m)’는 층수에서는 앞섰지만 높이에서는 5.1m 뒤져 2위로 밀려났다. 역시 해운대에 있는 ‘해운대 아이파크’(292m·72층)와 지난해 준공된 부산 문현동 ‘부산금융센터’(BIFC·289m·63층)는 각각 3, 4위다. 한때 초고층 건축물의 상징이었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G동(262.8m)과 서울 여의도동 ‘63빌딩’(249m·63층)은 모두 5위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 초고층 빌딩 시공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임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가장 높은 빌딩인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할리파(828m) 시공에 참여한 삼성물산 등 몇 몇 국내 설계사들의 시공능력은 세계에서도 높게 평가받는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 초고층 빌딩을 시공했고, GBC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설계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등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송도 동북아무역센터는 미국의 설계회사 KPF가 맡았고, 타워팰리스도 미국의 SOM이 맡아 진행했다. 이 두 설계사는 현대차가 짓는 GBC 설계공모에도 참여했다. 초고층 건축기술을 구현하는 시공기술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기술의 꽃이자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설계분야는 외국기업들에 고스란히 내주고 있는 것이다. 초고층 빌딩 설계비는 전체 건축비의 10% 안팎이다.
초고층 설계는 저층과 달리 고려해야 할 요소가 부지기다. 고부가 설계와 엔지니어링, 특수 건축 자재와 장비, 지진이나 바람으로 인한 움직임을 흡수할 수 있는 진동 흡수장치,친환경 유지·관리 방안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집약된다.
한편 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지난해 완공된 200m 이상 초고층 빌딩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97동으로 역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74동, 중동이 11동, 북미가 6동 등이다. 가장 많이 지은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해에만 58동을 올려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유럽에선 초고층 빌딩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도시의 역사성이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