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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인터뷰]예순 넘어 만난 영화로 제2 전성기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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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기자

승인 : 2015. 01. 30. 08:47

전양수 영화감독 "세대간 소통창구 작품 계속 만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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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희진 기자
나이 예순이 넘어 영화에 입문했다. 처음 만든 다큐멘터리 ‘무등산 별곡’이 공중파 방송을 타더니만, ‘사랑해요 아버님’이란 첫 영화로 2010년 제3회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에는 그가 제작한 ‘가화만사성’이 제50회 대종상 단편영화제 특별상을 받았고, 제5회 서울노인영화제(2012)의 제작 지원 공모작으로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받아 만든 ‘엄마의 반지’는 그해 열린 제8회 정읍실버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동시에 이 영화제에서 그의 또 다른 영화 ‘석양의 멜로’도 장려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시니어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양수(67) 씨 얘기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뜻을 같이하는 또래의 시니어들과 함께 (사)광주영상미디어클럽을 설립, 은퇴한 중장년층에게 영상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풍부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기법을 전수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1월 14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2가에 위치한 광주영상미디어클럽에서 그와 마주했다. 30년 넘는 건축업자 생활을 마감하고 영화를 통해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그에게 영화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영화로 이룰 다음 꿈은 무엇인지 물었다.
-영화감독이 된 계기는.
“컴퓨터라는 ‘새로운 세상’에 눈뜬 것이 계기였다. 건축 업무에 컴퓨터를 사용할 일이 많아졌는데 ‘컴맹’에서 탈출하려고 공공기관의 어르신 컴퓨터 무료 교육을 받았다. 때마침 그 무렵,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기관으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개관하면서 무료 영상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3 정읍영화제 '엄마의 반지' 대상수상
전양수 시니어 영화감독이 영화 ‘엄마의 반지’로 2013년 제8회 정읍실버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모습./ 제공=광주영상미디어클럽
처음엔 나이가 많다고 교육생으로 안 받아주더라. 어렵게 심사를 통과해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강의를 들었고 영상제작 기술을 익혔다. 당시 만들었던 광주 무등산 증심사지구 이주 상인들의 애환을 그린 다큐멘터리 ‘무등산 별곡’이 공중파 방송을 타게 됐다.

자신감을 얻은 후, 첫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사랑해요 아버님’이란 작품이었는데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성·촬영·편집까지 모두 직접 맡았다. 이 작품이 제3회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입문하게 됐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는데 배우는 게 어렵지 않았나.
“나이 들어 영상을 공부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스토리텔링 작업이 매우 어려운 데다 촬영·편집·오디오 등 전부 생소한 분야였으니까. 인터넷으로 관련 내용을 따로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수업을 따라갔다. 작품 구상에도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렇게 1~2년간 하고 나니, 어느 새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더라.”

-그동안 어떤 내용의 영화들을 제작했나.
“‘사랑해요 아버님’(17분)은 아내를 저세상에 보낸 할아버지가 작은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며느리와 소통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영화다. ‘가화만사성’(12분)은 가족이 화목해야 만사가 잘된다는 교훈을 극적인 상황과 반전을 활용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엄마의 반지’(23분)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애틋한 모성애를 담은 영화다.

군 제대를 앞둔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주려고 탄피로 반지를 만들었으나 그녀와 이별하게 되자, 대신 반지를 어머니에게 주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반지가 맞지 않아 손가락이 부어올라도 어머니는 죽기 전까지 그 반지를 소중히 간직한다. 이 영화들이 영화제 등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아마추어 작품이라 퀄리티는 낮을 수 있지만 영화 속 메시지가 사회적 공감대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로 중장년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등 우리 주위의 미담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요즘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은 물론 심지어 가족 간 살인도 발생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우리 사회가 정화되기를 바라며 영화에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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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수 감독이 영화 ‘엄마의 반지’를 촬영하고 있다. 이 영화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애틋한 모성애를 그렸다./ 제공=광주미디어영상클럽
-광주영상미디어클럽은 어떻게 운영되나.
“광주영상미디어클럽을 통해 내가 직접 경험한 영화제작의 재미를 주위의 중장년층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 클럽의 회원 240여명 중 대다수는 퇴직자들이다. 회원들에게 영상물의 기획·구성부터 촬영·편집·연기에 이르기까지 무료로 교육한다. 2시간짜리 교육을 20회 정도 진행한다.

과정을 마치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배우는 데 특별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영상에 관심만 있으면 된다. 무엇보다 장년층 눈높이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 이들 스스로 주체적·능동적으로 영상문화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영상미디어를 배운 회원들이 실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나.
“그렇다. 회원들이 극영화·다큐멘터리·영상자서전·홍보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영상물을 제작해 전국 영상공모전 등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버그린영화제를 열어 회원들이 직접 출연하고 만든 작품을 소개한다. 내가 지도해서 회원들이 만든 영상작품만 200편이 넘을 거다. 회원들 중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영화 분야 예술인으로 등록된 이가 14명이고, 심사 중인 사람도 여러 명이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중장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고 있는데.
“영상물 제작과 영상미디어 교육을 통해 중장년층의 일자리를 만들려고 2013년 광주영상미디어클럽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했다. 영상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콘텐츠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각종 행사 영상물이나 축제 홍보물을 수주하고 있다. 시니어들만이 가지는 방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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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수 감독이 지난 1월 1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영화 촬영용 캠코더로 거리 풍경을 찍고 있다./ 사진=전희진 기자
-영화가 주는 매력은 무엇이며,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우선 재미있다. 가슴에 담아 왔던 이야기·우리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내다 보면 성취감을 느낀다. 영상의 또 다른 매력은 그 안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음악 등 문화를 통한 예술치유가 있듯이 영상물도 심리적 치유 기능이 충분하다고 본다. 영화로 인해 내 삶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정과 사회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생소한 분야라도 관심 있고 그만큼 배우면서 즐긴다면, 어떤 것이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영화’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관심 있다면 한 번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자기 얘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일기나 손자가 자라는 모습·가족의 일상 등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거다.”

-향후 목표와 포부가 궁금하다.
“장년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소통창구가 되는 작품을 계속 만들 계획이다. 우리 사회의 세대 간 화합을 위해 중장년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등을 소재로 삼아 공감대를 높이고 젊은 층의 이해를 도우려고 한다. 또 장년 세대의 지식과 경험을 엄청난 문화자산으로 사회에 축적시키고 싶다. 그 일환으로 올해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여러 곳에서 영화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영화로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서울노인영화제… 활기찬 노후생활 위한 ‘굿’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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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서울노인복지센터
서울노인영화제(SISFF)는 장년 세대와 젊은 세대가 영화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영화 축제다. 2008년 처음 개최돼 지난해 7회째를 맞이했으며,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 영화제 작품 공모 대상이고, 청년들은 노인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공모하면 된다. 극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장르 구분 없이 출품 가능하다.

장년 세대의 문화에 대한 공감과 문제의식을 촉발시킬 수 있는 국내외 장·단편 영화도 초청, 이들 세대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시대 새로운 노인 상을 제시한다. 이외에 지난해부터 어르신들이 작품을 직접 보고 심사하는 노인관객심사단을 운영 중인데, 영화제작보다 관람을 좋아하면 이 심사단에도 지원할 수 있다. 특별한 자격요건은 없으며 참여를 원하는 어르신들로부터 영화감상문 정도만 제출받아 소수를 선정한다.

서울노인영화제는 영화를 통한 세대통합과 화합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어르신들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서 나아가 어르신 미디어 교육과 복지정책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논의하는 데 힘쓰고 있다. 서울노인영화제를 주최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서울 종로구 경운동)는 2001년 개관 이후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를 위해 미디어 프로그램을 제공해 오고 있다.

송승민 서울노인영화제 사무국장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매체가 영화”라며 “무엇인가를 찍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바로 찍을 수 있고 이것을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글·사진·그림 등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도구는 다양한데 영화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기술에 부담을 가지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영화는 우리에게 더 가까운 존재가 됐다”면서 “서울노인영화제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장년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상미디어는 어르신들의 자기표현 수단으로 떠올랐고, 서울노인영화제는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참여한다는 점에서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란 게 송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외에도 가까운 지역의 노인복지센터나 미디어센터에서 영상미디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미디어센터는 일반인과 전문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상미디어 교육과정 및 장소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 사이트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www.krmedia.org)를 참고하면 된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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