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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20대 탈북자 ‘절친’ 살해…“감히, 사귀려던 여자 가로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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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승인 : 2015. 01. 20. 18:46

  

“훈아 그 여자랑 잘해봐 이번엔 내가 밀어줄게”

 

훈이는 상필이의 가증스러운 얼굴과 내 여자와 섹스하는 모습이 겹쳐져 식칼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더해진다.

 

답답한 창문으로 달빛이 머뭇머뭇 기어 들어온다.

훈이는 동생 뻘인 상필이가 있는 방 벽면에 기대어 앉아있다.

훈이의 손에는 주방에서 가져온 식칼이 쥐어져 있고, 몸이 부르르 떨릴 때마다 달빛에 물들은 식칼은 차가움을 더해간다.

벽 넘어 전해지는 상필이와 그녀와의 교성은 훈이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간다.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훈이는 결심은 상필이의 방문을 선택했다. 빨개 벗은 상필이의 배를 향해 그동안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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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가 상필이의 방으로 들어간 뒤, 느꼈던 건 남자의 외마디 신음과 얼굴과 손에 느껴지는 뜨거운 피.

몇 번을 찔렀는지, 어디를 찔렀는지 훈이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손이 가는 대로 있는 힘을 다해 식칼을 상필이 쪽으로 내질렀다.

 

훈이는 침착했다. 마치 살인을 준비해오기라도 했던 것처럼…

상필이의 시체를 옆에 두고 지갑을 챙기고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았다. 곧 아침이니 공항으로 가 중국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훈이는 점점 굳어가는 상필이의 시체를 보며 그동안의 일들이 떠올렸다.

 

훈이는 2008년도, 상필이는 2007년도에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자였다. 당시 훈이 나이는 18살, 상필이는 14살. 우연히 탈북자 대안학교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게 돼 그때부터 인연이 닿았다.

 

훈이와 상필이는 ‘로또 예측번호 인터넷 사이트’사업을 같이 시작했다.

훈이 입장에서 동생 상필이는 살갑지만 않았다. 같이 사업을 하자고 해 놓고 상필이가 600만 원을 투자하지 않았고, 형이 아닌 친구로 대하는 태도를 보여도 대놓고 뭐라 말하지 않았다.

 

훈이는 형으로서 화를 내도 상황을 정리하려 했을 뿐 마음 깊이 담아두지 않았다.

부모·친구·형제 없이 홀로 낯선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같은 처지니까 형인 훈이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필이는 형인 훈이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았다.

여자와 사랑에 목 말라 할 20대 초반, 훈이와 상필이는 많은 여자를 만났다.

훈이가 매번 마음에 들어 하던 여자를 상필이가 가로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굴 만나든지 어디서 만나든지, 결론은 상필이 것으로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허하고 상처받는 건 상필이에게 꼬심에 빠진 여자들과 그 여자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형 훈이였다.

 

훈이가 가졌던 사랑의 달콤한 마음은 매번 얄미운 상필이 때문에 산산조각 부서졌다.

 

오늘도 그랬다.


상필이가 여자친구와 데려왔다. 훈이가 그동안 사귀려고 공들인 희경이까지 모였다.

훈이와 상필이가 사는 집에 짝을 맞춰 모였다.

훈이는 상필이 여자친구 진숙이 덕분에 희경이를 몇 차례 볼 수 있었고, 마음을 키워가고 있었다.

훈이 마음을 아는지 희경이도 유독 행동을 조심하는 것 같았다. 그날은 훈이도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에 부풀었다.

남들처럼 데이트도 하고 떨리는 손을 잡고 청계천도 걸으며 부끄럽게 볼에 뽀뽀도 하는 사랑을 그려왔다.

훈이 상상 속 희경이는 완벽한 여자 친구였다.

 


상필이도 그런 마음을 아는지 훈이에게 귓속말로 이런 말을 했다.

“너 희경이한테 관심 있지? 이번엔 꼭 너랑 엮어줄게. 나만 믿어”

이번엔 동생 역할을 톡톡히 하려나. 못들은 체 했지만 설렜다.

 

술자리 시간이 오래가지 않아 그 설렘은 길가에 버려진 걸레처럼 이리 저리 굴러다니고 찢겨 나갔다.

술을 먹던 진숙이가 잠시 급하게 다녀올 때가 있다며 셋을 뒤로 한 채 집을 나갔다. 취한 훈이도 화장실로 향했다.

용무를 마치고 나온 순간, 훈이는 그의 귀를 의심했다.

 

상필이의 방에서 남녀가 뒤섞였을 때 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훈이는 조심스럽게 상필이의 방 앞으로 다가갔다.


희경 “오빠 우리 이러면 안 되잖아. 이러지 마. 나 못 참을 것 같아”

상필 “나도 못 참 겠어”


상필이와 희경이가 뒤 섞여 내는 교성에 귀를 의심했다.

소리만 들으니 더욱더 더러운 상상과 쳐 죽일 새끼 상필이의 얼굴과 그 품에 안긴 희경이의 육체가 떠올라 미칠 듯 심장이 뛰었다.

 

‘지 여자 친구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내 마음을 아는 새끼가 저럴 수 있나. 더군다나’

‘결국 한상필 넌 단 한 번도 나를 생각해 준 적이 없구나. 개자식...’

 

훈이는 남녀의 교성이 들려오는 방 벽면에 기대어 앉아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상필이 방에서 여자가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형이니까 생각에 동생을 아껴줬던 일, 그래도 의지할 곳 없으니까 보살펴줘야겠다고 다짐했던 일 등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켜보았다… ’


순간, 다음날 별일 아닌 듯 배시시 웃으며 인사 할 상필이의 면상을 생각이 났다.

 

상필이는 내일 아침도 마치 아무 일도 없던 듯, 일어나서 마치 자신은 끝까지 밀어줬는데 훈이가 처신을 잘 못해 희경이를 놓쳤다는 더러운 말을 또 듣기 싫었다.


두 시간 망설였다. 훈이는 결심은 상필이의 방문을 선택했다. 빨개 벗은 상필이의 배를 향해 그동안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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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려던 여자를 가로챘다는 이유로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탈북자 남성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는 18일 함께 살던 A(2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허모(25)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인 A씨와 허씨는 탈북자 대안학교에서 만나 같은 방을 쓰며 친구가 됐습니다.


이후 지난해 8월부터 같은 집에서 살며 ‘로또 예측번호 인터넷 사이트’사업을 함께 시작했는데요.


그러다 지난해 11월 허씨는 A씨와 그의 여자친구, 여자친구가 데려온 여성과 함께 다음날 새벽까지 어울려 놀게 됐습니다.

A씨는 허씨에게 “재에게 관심있느냐, 너와 엮어주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자친구가 잠시 집을 비운 틈을 타 자신의 방에서 여자친구가 데려온 여성과 성관계를 했습니다.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 허씨는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자신의 방에 돌아와 두 시간을 망설이다 마음을 굳힌 뒤 자고 있던 A씨를 1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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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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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ap=2#2015.01.19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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