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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째주 수요일 저녁마다 이곳에서는 클래식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의 그윽한 소리가 진한 커피향과 함께 사방으로 퍼진다. 이곳은 입장료도, 격식을 차린 옷차림도 필요 없다. 그저 발걸음 닿는 대로, 편하게 가서 음악을 즐기면 된다.
지난 3일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서울튜티앙상블(대표 김지현)의 무료음악회 ‘카르페 디엠’이 마련됐다. 피아노, 첼로, 해금, 플루트, 색소폰,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장애 ·비장애 학생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솜씨를 뽐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커피와 담소를 즐기던 사람들은 막이 오르자 조용히 무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선화예술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세훈 군이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와 쇼팽의 곡을 연주했고, 한빛맹학교 중학교 2학년인 양지우 양이 바턴을 이어받아 베토벤 소나타를 들려줬다.
이어 박지윤 김동호 박지원 양하은 박지은 양민서 등 여러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의 연주는 다소 서툴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전해줬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프로 연주자의 공연보다 더욱 진솔하게 다가왔다.
한명 한명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곳을 찾은 광화문 인근 직장인도, 정동길을 걷던 외국인도, 수녀님도, 대학생도 모두 클래식선율이 주는 감흥에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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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교수는 “집이 과천이라 멀지만 이 음악회의 맑은 정신에 공감하기 때문에 매번 온다”며 “이러한 작은 음악회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자리한 주한 스위스 대사관의 니콜라 데쿠르드 참사관은 “여러 연주자들의 다채로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매달 이 음악회를 찾고 있다”며 “지금까지 6~7번 정도 온 거 같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생 심경선 씨는 “장애 학생들이 신체적 조건을 뛰어넘어 꿈을 위해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며 “음악회의 취지와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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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서울튜티앙상블 대표는 “진짜 음악을 듣고 싶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서울튜티앙상블 수석들이 매달 악기별로 무대에 올라 정통 클래식음악을 들려준다. 새해 1월 7일 오후 7시 30분 열리는 제58회 ‘카르페 디엠’ 공연은 ‘마음을 녹이는 비올라의 선율’을 주제로 펼쳐진다. 비올리스트 이석호와 피아니스트 양정원이 출연한다.
또한 내년 5월에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암병동의 아이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서울튜티앙상블이 음악 멘토와 직접 연결시킨 아이들이 그간 갈고닦은 솜씨를 선보이는 경연대회가 2월에 열리고, 여기서 입상한 아이들이 5월 ‘카르페 디엠’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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