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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1000원의 마법은 강했다. 균일가 생활용품숍 ‘다이소’ 얘기다. 전체의 87%가 1000원·2000원짜리인 상품을 팔아 올해 마침내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1997년 서울 천호동에 1호 매장을 연 지 17년 만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500억원으로, 지난해(8850억원)보다 18.6% 성장이 전망된다.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다이소아성산업 본사에서 만난 박정부 회장(70)은 다이소의 성공 키워드로 ‘가치 재창출’을 꼽았다. 1000원짜리 상품에 1000원 이상의 가치를 담아낸다는 뜻이다. 단순히 싼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품질까지 뒷받침된 ‘싸면서도 좋은’ 제품이라는 고객 만족이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저가니까 흔히 중국산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우리 상품의 67%가 메이드인코리아”라며 “포장 간소화와 물류 자동화, 매장 낭비요소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면서 엄격한 품질심사와 안전성 검사 등을 통해 양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올해 매장수 1000개,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삼았고, 오는 10일쯤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설립 22년, 균일가 매장 오픈 17년만에 큰 성과를 이루게 됐는데.
“처음 균일가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시장 성장성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그러나 매출 1조원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더라. 고객들이 매장을 다시 찾아 구매할 수 있도록 점포와 상품을 끊임없이 갈고 닦았기에 가능했다. 매장 수는 1000개에 약간 못 미치는 970개(10월 기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는 직영점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매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영업도 안정되고 수익성도 보다 좋게 나왔다.”
사실 다이소의 수익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3만여가지의 상품 중 1000원 상품 비중이 55%, 2000원짜리가 32%에 이르는 등 판매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다. 영업이익률도 1~2%에 불과할 정도다. 직영점 위주의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 가맹사업 확대로 선회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직영점은 대형 매장 중심으로 꼭 필요한 장소에만 들어가고 작은 상권에는 가맹점을 유치해 투자부담과 리스크를 줄이면서 고객 접점은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전체 가맹점 약 300곳 중 올해 신설된 것만 55개에 달한다.
아울러 3년간 1500억원을 투자해 2012년 말 용인시에 최첨단 물류허브센터를 구축한 뒤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매출액 대비 물류비용이 3~4%대에서 2%대로 낮아진 것도 긍정적이다.
올해 매출 1조원 달성과 함께 수익성도 전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궂은 일도 없지 않았다. 특히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는 운동에 다이소가 후원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다이소아성산업은 일본 다이소산업과는 별개의 기업이다. 1992년 아성산업으로 출발해 ‘아스코이븐프라자’라는 균일가숍을 선보인 것이 시작이다. 2001년 상호협조관계를 돈독히 하는 차원에서 일본 다이소산업으로부터 지분(34%)을 투자받았으나 ‘다이소’라는 브랜드 이름만 공유할 뿐 100%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른 로열티 지급이나 수익배분도 전혀 없었다.
-다이소아성산업이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바꾸는 것도 또 다른 과제일 듯한데….
“진실이 아니면 그것을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우리가 일본기업이라면 한국유통대상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겠는가. 한국 다이소뿐 아니라 일본 다이소도 다케시마 후원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올해 독도사랑운동본부와 독도 수호에 동참하는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일본에 알려지면서 일본 다이소가 곤란한 처지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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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대통령상 수상은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까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뜻 깊다”며 “국내에 새로운 유통채널인 균일가숍을 론칭하며 1000원 이상의 가치를 팔기 위해 노력해 왔고 고객들이 인정해 주면서 결실을 맺은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도전과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해외로도 차츰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이다. ‘하오스터’(好思特)라는 브랜드로 진출해 일본 다이소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11년말 중국에 첫 매장을 오픈해 현재 8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다이소 매장과 동일하게 균일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시장 성과와 앞으로 눈여겨보는 해외 시장을 꼽는다면.
“많은 기업이 중국의 시장규모만 보고 뛰어드는 데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우리도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적자를 보다가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이다. 중국에서도 매장 구조조정을 시행한 만큼 내년부터는 제대로 된 성장 전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 이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시장은 바로 미국이다. 균일가 시장이 확고히 자리 잡은 곳인 만큼 시장을 검토하면서 진출을 준비 중이다.”
박 회장은 70세의 나이에도 발로 뛰는 현장을 강조하고 직접 실천한다. 요즘도 1년에 절반 가량을 해외 시장을 두루 다닌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을 절감할 곳을 물색하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현재 35개국 3600여개 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아울러 해외 협력사들이 우수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을 통해 상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해 국내거래비중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다이소 상품의 67% 정도가 한국 기업 제품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몇년 내 얼마만큼 성장하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이보다 고객이 신뢰하고 다시 찾는 매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국내외 라이프스타일숍 매장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는데 새로운 경쟁이자 도전이라는 생각이다. 균일가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고객의 가치를 충족시키는 전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전략도 만들어 나가겠다. 올해 직영점 확장 전략보다는 가맹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져갔는데 내년에도 내실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