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최연소 상무에서 전공·적성에 끌려 듀오로 전환
성혼보다 '사람맞춤'으로 차별화 결혼정보회사 인식 개선에 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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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강남 듀오 사옥에서 만난 박수경 듀오 대표(49)는 “결혼은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결혼에 대해 부담을 갖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가족이 주는 의미와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올해 5월 듀오 CEO로 취임했다. 아모레퍼시픽 최연소 여성 상무로 재직 중이었던 그는 “솔직히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제일 끌린 점은 대표직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전공인 가정관리학과 먼 삶을 살게 될 텐데, 이 업에 있으면 보다 전공과 적성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듀오로 옮긴다고 하니 주변 반응이 놀라웠어요.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너에게 정말 딱이다’라고 해줬기 때문이죠. 제가 굉장히 오지랖이 넓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관심도 많고 문제가 있으면 들어주고 해결해 주려고 했거든요. 젊은 직원이 혼자 있으면 누군가를 소개시켜주는 것도 제 몫이었죠.”
내년에 창립 20주년을 맞는 듀오는 박 대표가 오기 전부터 이미 상당 부분의 시스템이 안정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가장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었다. 바로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인식이었다.
- 대표로 취임한지 6개월이 넘었다. 이 자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결혼정보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을 수정하고 시장 자체를 키우고 싶다. 결혼정보업체는 배우자에 대한 조건을 너무 따지거나 결혼을 못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다. 지금 정말 결혼하고 싶지만 그게 너무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곳이 듀오다.”
- 부정적인 시각 중 하나가 ‘사람에게 등급을 나눈다’는 반응이다. 일반인들이 어떻게 생각해주길 바라는가.
“경쟁사를 보며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스스로 이 시장을 그렇게 인식하게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1등 신랑감 전문회사’ 등의 표현을 쓰니까 결국 조건과 등급을 매긴다는 오해를 받는 것이다. 업계가 스스로 발목 잡는 상황이다. 그러나 결혼은 절대 상대적이다. 결혼 상대방을 소개시켜줄 때는 부모님·형제관계·친구관계 등 모든 것을 봐야하기 때문에 변수가 너무 많다. 아무리 잘 짜도 순위를 매길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어떤 스타일인지 명확하게 구분 지어주는 정도다.”
실제로 강남역에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결혼정보회사가 눈에 띈다. 국내에 결혼정보업체는 1000개를 훌쩍 넘는다. 소수의 대형업체를 비롯해 다수의 군소 회사가 ‘짝을 찾아주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듀오는 레드오션 속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로 박 대표는 “19년 동안 쌓아 온 데이터와 성혼 사례에 의해 축적된 경험”이라고 소개했다.
- 워낙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데.
“결혼을 할 때는 다양한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듀오에는 이러한 내용을 입력해 원하는 상대방을 뽑아내는 시스템이 있다. 이게 우리처럼 19년 동안 축적된 자료와 다른 업체의 자료와는 비교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컴퓨터가 못 잡아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런 부분은 매칭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혼은 70%의 과학과 30%의 아트’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결혼정보업계에서는 옛날에 흔히 쓰던 ‘마담뚜’가 아닌 ‘매칭매니저’라는 직함을 사용한다.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공감능력이다. 회원들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내 일처럼 여길 수 있어야 한다. 기억력도 중요하고 때로는 과감히 충고할 수 있는 마인드도 필요하다.
여성들에게 적합한 직업인 만큼 경력 단절 여성들이 재취업하기에 좋은 직업 중 하나다. 박 대표는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커플 매니저로서 능력을 펼칠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임원(상무)까지 오른 경험자로서 여성 리더십, 사회생활에 대한 비전을 세우는 것도 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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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에 처음 입사했을 때 150여 명 중 나 혼자 여자였다. 여성은 결혼하면 내조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시대였다. 회사에 오면 집을 잊고, 집에 가면 회사를 잊는 식으로 버텼더니 지금 자리에 왔다. 이 자리에 있으니 우리나라 중간 여성들이 더욱 승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
- 내년이면 듀오가 20주년을 맞는다. 듀오 대표로서의 계획은 무엇인가.
“가족이 생긴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캠페인을 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무엇보다 10년 뒤 30주년이 되면 듀오를 통해 결혼하신 분들의 자녀가 결혼할 때다. 그들이 듀오를 통해 다시 결혼할 수 있는 과정을 준비할 것이다. 또한 나이 드셔서 혼자 되신 분들이 좀 더 즐겁게 사실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듀오의 정체성이 ‘인생 종합 컨설팅 기업’인 만큼 이 같은 비전을 구체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