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판매를 위한 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창출 가능한 서비스 사업 확대 필요
설비투자 중심의 사업확장이 부담 키워
200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서 한국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한 ‘샌드위치 론’이다. 최근 이 샌드위치론이 다시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두 기둥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일본의 통화정책과 중국기업들의 성장, 그리고 글로벌 저성장 기조 여파로 실적이 악화되며 제조업 위기론을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위기는 대외적인 경제변수들이 작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급변하는 세계시장에서 제조업에만 치우친 사업구조와 세계 산업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는 창의적 경영전략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핵심 사업인 스마트기기와 자동차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어 전세계인들의 눈길을 끌 만한 혁신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패스트팔로우로 세계 시장에서 성장해 온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과 산업구도를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은 이미 새로운 것이 없어지고 보편화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실적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4조600억원, 순이익 4조22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1600억원과 8조2400억원 대비 각각 60.1%와 48.8%가 급락했다. 말 그대로 ‘어닝쇼크’였다. 투자금대비 이익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해 3분기 25%에 달하던 것이 11%로 곤두박질 쳤다.
현대차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00억원보다 18% 줄었고, 순이익도 2조2500억원에서 1조6200억원으로 28% 감소했다. 미국·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공장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2.8%, 2.2%, 10.1%, 6%, 10% 줄어드는 등 해외 사업장의 실적도 악화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그동안 단순히 몸집을 늘리고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냈던 것만은 아니다. 지속적인 인력채용과 과감한 설비투자로 규모의 경제에 적극대응함과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R&D)에도 집중했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비용은 지난해 기준으로 14조8000억원을 기록, 전체 매출의 6.5%에 달했다. 연구인력도 6만9230명이었다. 이는 2010년 연구개발비 9조4000억원, 5만84명과 비교해도 급격한 성장이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수 역시 2011년 22만1726명에서 지난해 28만6284명으로 증가했다.
2010년부터 시작한 5대 신수종 사업 중 태양광과 발광다이오드(LED)사업을 제외하고 바이오·의료기기 사업 등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받고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부문 인력은 2011년 2만7889명에서 지난해 4만506명으로 늘어났다.
현대차 역시 지금까지 해왔던 생산량 확대라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운전자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신기술을 차량에 접목하고 있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안전성과 연비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새로운 파워트레인 및 친환경차 개발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인력도 2011년 8만6248명에서 지난해 10만4731명으로 21% 증가했고, 연구개발비는 1조4500억원(매출대비 비중 1.9%)에서 1조8500억원(2.1%)으로 늘었다.
이런 노력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여전히 하드웨어 위주 사업의존도가 높다. 삼성전자는 저렴한 인건비와 신흥시장 공략을 목표로 베트남·중국 등에 대규모 생산라인 투자를 진행했고, 현대차 역시 기아차와 함께 중국·인도·터키·멕시코 등 신흥국 위주의 생산라인 증·신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악화의 단초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유형자산회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각각 0.69회와 1.07회다. 국내 제조업 평균 2.7회와 세계평균 3.3회보다도 낮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시설·설비 등에 과도한 투자를 했거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유형자산이 많으면 현금흐름이 악화돼도 유지·보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경기가 부진해지면 실적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신수익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품판매에 집중하던 사업에서 벗어나 서비스판매의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며 “제품을 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