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1조1037억원이라는 사상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1조9346억원 적자를 냈다. 누계 영업손실은 3조2272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1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3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당기순이익이 10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9% 급감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의 불황 장기화와 함께 급변하고 있는 산업 구도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선박 발주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저가품으로 여겼지만 어느새 기술력까지 키운 중국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재기하고 있는 일본 사이에서 예전 같은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9월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42만1528CGT(수정환산톤수)로 시장점유율 20.7%에 그치며 3위로 밀려났다. 1위 중국은 92만2800CGT(45.3%), 2위 일본은 55만1850CGT(27.1%)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한국이 월별 수주실적에서 일본에 밀린 것은 4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일본 조선사들은 엔화 약세 및 원화 강세에 힘입어 한국 업체들과의 선가 격차를 줄이고 있다.
한편, 수출 효자인 주요 정유업체들은 장기화된 부진을 좀처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역시 빠르게 기술력을 키운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에 쫓기고,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제품에 맞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관련업계에선 중국의 급부상으로 5년 내 조선과 석유화학 분야의 고전을 예상하고 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조선과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 약화가 가시화되고 있고, 전자산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제조업이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일본과 기술력을 높여 추격하는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라며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경제가 저성장을 탈피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