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간접세의 성격이 있는 부가가치세 징수가 소비자들의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부가세 징수 방침으로 금융소비자들은 매년 수천억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내 은행들의 여신(대출)·수신(예금) 등 기본적인 업무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 부가가치세 부과 방침을 세웠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업의 본질인 여신·수신·외환은 부가세가 면제되고 수탁업무, 펀드판매, 제휴수수료 등 순수한 금융업무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부가세 징수를 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재부가 올해 안에 국무회의에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 과세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세법 개정안이 아닌 시행령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만으로도 세금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빠르면 내년부터는 모든 금융소비자들은 부가세를 내야한다.
이렇게 될 경우 금융소비자들은 최소한 수천억원을 더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전체 수수료 수익은 2012년 7조1025억원, 2013년 7조510억원, 올해 상반기 3조2888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출과 수신업무 등 수수료를 제외해 부가세를 부과해도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며 “기획재정부가 실무를 안 해보고 이론적으로만 입안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경제학부)는 “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결국은 은행을 통해서 부담을 고객으로 전가하게 되면 영업에 차질이 있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 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은행들의 수익이나 수수료 수입이 살아나지 못하면 은행산업을 망가뜨릴 수는 없으니 후일에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부가세 부과는) 결국에는 부담을 후세로 떠넘기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돈이 나름대로 필요하니까 하겠지만 이런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구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 박병원 은행연합회장도 정부의 방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회장은 “그렇게 해서 나라의 세금이 더 걷히면 좋은 일이지만 그래가지고는 나라 세금이 더 안 걷힌다. 세금을 더 거두고 싶다고 나라 세금이 더 걷힐 것 같으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회장은 이어 “지구상에 세금을 더 걷으려고 발버둥 치면 더 걷힌 나라가 어디 있느냐? 세금은 더 걷는 게 아니라 더 걷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부가세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곽태원 서강대 교수(경제학과)는 “그것(은행서비스)도 일종의 부가가치이니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하지만 소비자와 생산자가 실제로는 나눠서 부담하는 것이고 전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가가치세 면세 범위가 너무 넓어서 조금 줄여나갈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