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영화뭐볼까] ‘슬로우 비디오’ 믿고 보는 차태현이 주는 웃음과 감동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40929001144113

글자크기

닫기

배정희 기자

승인 : 2014. 09. 29. 11:46


김영탁 감독의 신선한 상상력과 차태현 특유의 따뜻함이 잘 어우러진 근래 보기 드문 따뜻한 영화가 탄생했다. 


2010년 영화 '헬로우 고스트'에서 귀신을 소재로 한 감동적인 가족 영화를 만들었던 김 감독과 차태현이 이번에는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시각능력)과 CCTV라는 독특한 소재의 로맨스 영화로 다시 뭉쳤다.

 
'슬로우 비디오'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동체시력의 소유자 여장부(차태현)가 CCTV 관제센터의 에이스가 돼 화면 속 주인공들을 향해 펼치는 수상한 미션을 담은 작품이다.
 
CCTV라 하면 주로 범죄 수사물에서 감시의 도구로 쓰이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따뜻한 관심의 시선이자 소통의 매개체로 그려진다.
 
어린 시절 동체시력 탓에 세상과 단절돼 TV 드라마만 보며 오랜 칩거 생활을 해온 여장부는 더 늦기 전에 세상에 나가겠다고 결심하고 CCTV 관제센터의 직원이 돼, 진짜 사람 사는 따뜻한 세상이야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여장부의 시선에는 소소한 감동이 있다. 동네에서 가장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백구(정윤석), 항상 혼자 캐치볼을 하는 마을버스 운전기사 상민(김강현) 등 주변 인물들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특히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자 자신의 첫 사랑을 닮은 수미(남상미)와의 에피소드 중 매일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수미를 위해 그 자리에 소파를 갖다 놓는 여장부의 모습에서는 요즘의 인스턴트식 연애와는 전혀 다른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최측근이라 불리는 CCTV 관제센터 공익요원 병수(오달수), 여장부 안과 주치의 석의사(고창석), CCTV 관제센터 안방마님 노처녀 심(진경)은 여장부의 수상한 미션에 동참하며 평범하지만 개성강한 모습으로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영화가 줄곧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는 데는 영화의 배경도 크게 한몫 한다. 단풍이 깔린 서울 종로구의 골목길은 자동차와 도시 소음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소박하고 여유로워 고즈넉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또 차태현이 그려내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모르게 마음을 치유 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주변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으나, 스릴러 등 센 장르가 남발하는 영화계에서 사라져 가는 정서를 살려낸 보기 드문 따뜻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10월 2일 개봉 예정.
배정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