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 허용범 단장은 16일 광주지법 형사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는 경사가 많이 생겨 위험 상황에도 최대 각도로 배를 돌리는 것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허 단장은 한국해양대 졸업 후 선박 관련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선원, 선장 생활 및 해양안전심판원 16년 심판관을 거친 해양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씨프린스호 사고를 포함한 국내 대형 해양사고 800건을 처리했다.
허 단장은 “선장이 1등 항해사에게 5도 이상 타를 쓰지 말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며 “세월호가 1년 넘게 인천-제주를 계속 운행했다는 자체가 요행이었다”고 말했다.
허 단장의 이 같은 증언은 “정상적인 선박이라면 전속도로 달리던 중에 35도 가량 전타(최대치 조타)해도 원래 상태로 복원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또 “세월호가 승인받은 조건대로 화물, 평형수 등을 실었으면 횡경사각이 10도 이내로 됐겠지만 화물을 과적하고 평형수를 줄여 운항한 경우라면 큰 경사가 발생할 수 있느냐”는 검사에 이어진 질문에 허 단장은 “네”라고 답했다.
허 단장은 “대형 선박이 35도는커녕 5도 이상 타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승객 몇십명을 실은 고속버스가 핸들을 두바퀴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7분의 1밖에 못돌리는 것과 같다”며 “이렇다면 고속버스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사고 당시 세월호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송수신 기록이 30여초 간 끊어진 것은 충돌 등 다른 원인이 아닌 통상적인 기계적 결함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항적도를 분석해 지난 4월16일 오전 8시48분 37초부터 49분 13초 사이 36초 동안 세월호 AIS가 꺼지는 바람에 항적이 복원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허 단장은 신호가 중단된 이유를 미국 연안 해안경비대 문의한 결과 “배의 신호가 연안 무선국이나 관제실에서 수시로 없어져 나오지 않는 것은 통상적이며 이상한 일이 아니다”는 내용이 담긴 회신 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