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집중하느라 투자 여력 상실
"공략시기 놓쳐…사실상 포기"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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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태양광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 부문 투자가 점차 줄어들면서 삼성이 태양광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침체기였던 태양광 산업이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면서 한화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5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의 전자재료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감소한 365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은 태양광 전극재료인 페이스트(paste)의 가격 하락 및 수요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삼성SDI는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연구 개발 부문에서 태양광 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포괄손익계산서 내 판매·관리비로 사용된 연구개발비는 1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8억원) 대비 22% 줄어들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태양광 사업 부진은 그간 투자나 기술 개발이 집중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은 2010년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제약·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태양광 사업의 경우 삼성정밀화학(폴리실리콘), 삼성코닝정밀소재(잉곳·웨이퍼), 삼성SDI(태양전지·모듈), 삼성에버랜드(태양광 발전소 시공), 삼성물산(태양광 발전소 운영) 식으로 수직 계열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들도 태양광 사업에 소극적이다. 삼성물산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1369MW(발전용량) 규모의 풍력·태양광 발전 복합단지 건설을 진행하고 있지만 발전용량 중 태양광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0MW에 그친다. 사실상 태양광이 아닌 풍력 사업을 위한 발전소인 셈이다. 삼성정밀화학은 태양광 폴리실리콘 합작회사인 에스엠피의 지분을 매각해 ‘사업에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5월 에스엠피 주식 288만주를 매각해 지분율이 53.7%에서 16.1%로 떨어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주력 사업인 휴대전화와 반도체에 투자를 집중하다 보니 태양광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매출 사업인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시장 경쟁이 가열되면서 확실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태양광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2008년부터 중국의 친환경 사업 지원에 따른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으로 이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돼 그동안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과잉 문제가 해결되면서 태양광 산업이 회복되고 있지만, 한화케미칼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해 중국 기업들로 시장이 형성된 단계라 이 사업 공략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 수 조원이 필요해 투자가 쉽지 않은 데다 지금 사업을 본격화해도 늦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관련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밝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연구·개발 부문에서 태양광 사업에 꾸준히 집중하는 만큼 향후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