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임대·이적해온 강수일은 지난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포항은 강수일의 활약에 힘입어 1위 자리를 지켰다.
강수일은 최근 4경기에서 3골 2도움(컵대회 포함)을 올리며 포항의 새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명주(24)가 알 아인으로 이적하며 생긴 공백을 완전히 지웠다.
강수일은 7년 동안 잊혀진 선수였다.
강수일은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번외지명으로 입단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유는 K리그 최초의 혼혈 선수였기 때문이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그는 주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강수일은 많이 뛰고 공간을 침투하며 화려한 드리블과 파괴력을 갖춘 골게터다. 한국축구에서 이런 스타일의 토종 공격수는 드물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에는 인천 2군을 R리그(2군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성장이 더뎠다. 그를 지도한 감독마다 강수일의 잠재력은 높게 평가했지만 그는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0년에는 시비가 붙은 행인을 폭행해 인천에서 임의탈퇴를 당하기도 했다.
2011년 제주 박경훈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강수일은 제주에서 3시즌 동안 84경기에서 7골 6도움을 기록했다. 슈팅 기회는 많이 잡았지만 번번이 놓치며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여기에 올 시즌 황일수(27)가 대구에서 영입되며 출전기회가 줄었고 지난 3월 포항으로 임대됐다.
포항에 임대됐을 때도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는 드물었다.
처음 강수일을 받아들였을 때 황선홍 감독도 실력보다 외적인 부분 때문에 고민이 있었다. 워낙 튀는 선수다보니 어떻게 팀에 융화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황 감독은 “일단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겠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직접 눈으로 지켜본 뒤 선수를 판단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뛰어난 공격수 제조기 황 감독을 만나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숨은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황 감독의 조련 아래, 강수일은 자신의 장점인 빠른 속도를 이용한 측면 공략 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황 감독은 “팀 연습이 끝난 후 개인 훈련을 한다. 남아서 슈팅 연습 등 내가 얘기한 부분을 고치려 노력한다. 더불어 선수들과 한데 어우러지려 하는 모습이 경기력으로 나타난다”고 스스로 깨닫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지금 강수일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강수일에게도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는 올 시즌이 끝나면 주전자리가 불확실한 제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시즌 후의 일은 당장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며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