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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이번에 두 편의 연극을 동시에 선보인다.
화가 이중섭의 삶을 무대 위에 펼쳐내는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23년만에 다시 공연하고, 가족극 ‘안데르센’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한국의 고흐로 비견되는 이중섭의 비극적 인생을 소재로 했다.
이중섭은 뛰어난 실력과 창조적 화법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고통 속에서 요절한 비운의 예술가. 담배갑 은박지 위에 그린 은지화를 비롯해 ‘황소’ ‘소’ 등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그림으로 담아내며 근대한국미술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이 작품은 1991년 초연 당시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유려한 무대 연출로 서울연극제 대상과 희곡상을 거머쥐며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공연 당시 ‘연출의 힘’이라는 호평이 쏟아졌으나 공교롭게도 연출상은 받지 못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이윤택 연출이 김의경 작가, 오브제 예술가 이영란과 함께 손을 잡았다.
연극 ‘스테디 레인’ ‘에쿠우스’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 지현준, ‘그게 아닌데’ ‘싸움꾼들’의 문경희, ‘풍찬노숙’ ‘맥베스’의 한갑수 등이 출연한다.
공연 제목은 1954년에 발표된 이중섭의 동명 유화에서 비롯됐다. 앞에서 소를 모는 남자와, 흐드러진 꽃이 실린 달구지 위에 한 여인과 두 아이가 즐겁게 나들이를 떠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연극 마지막 장면에서 이 작품이 무대 위에 재현된다.
내달 1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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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쓴 ‘어른을 위한 동화’ 7편과 자서전을 각색해 만들었다. 삶 자체가 ‘결핍의 아이콘’이었던 14세 소년 안데르센의 독백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배우가 되길 꿈꿨던 안데르센은 고향 오데세 시장의 추천서를 들고 코펜하겐 극장감독을 찾아간다. 그러나 감독 눈에 남루한 이 소년은 배우를 하기엔 못생겼고, 작가가 되기엔 문법학교조차 나오지 못한 수준이었다. 그런 감독에게 안데르센은 자신이 쓴 동화들을 들려준다. ‘미운 오리새끼’ ‘쓸모없는 여자’ ‘길동무’ ‘인어공주’ ‘프시케’ ‘성냥팔이 소녀’ ‘놋쇠병정’ 등 안데르센의 결핍된 자아가 투영된 이야기들이 몽상극으로 펼쳐진다.
결핍을 예술적 상상으로 승화한 안데르센의 삶은 현대인을 위한 치유와 위로의 묘약으로 제시된다.
소년 안데르센 역에 박인화를 비롯해 김미숙, 홍민수, 윤정섭 등이 출연한다.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2만원(청소년 이하는 1만~1만5000원). 1688-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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