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전 세계인의 축제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브라질로 몰려들고, 현지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TV앞에서 함성을 지른다. 우리나라는 광화문을 비롯 각 도시의 광장과 대로에 응원부대가 모인다. 한골 한골을 지켜보며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가슴을 치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이 월드컵을 즐기는 모습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93%의 한국인이 월드컵을 보는 것으로 돼 있다. 이제 행사가 아닌 아름다운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늘 안타까운 모습이 있는데 바로 온통 쓰레기 천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알제리와의 경기가 열린 23일 새벽 서울의 광화문, 부산의 해운대 등 전국의 응원 장소가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술을 마시고, 음식도 먹고, 자리도 깔고 있었는데 경기만 즐기고 그냥 가버렸기 때문이다. 실컷 즐기고 뒷정리를 하지 않았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있던 날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런 모습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번 월드컵 때도 그랬다. 또 잠실 운동장에서 큰 공연이나 행사가 열리고 나면 버려진 쓰레기가 몇 트럭씩 나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강릉과 해운대 등 해수욕장은 아침이 되면 술병과 음식쓰레기가 널려 있고 환경미화원들이 이를 수거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밤에 행사가 열리면 아침에는 여지없이 쓰레기 전쟁이다.
더 황당한 쓰레기 버리기도 많다.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들고 나와 길가에 버리고, 심지어 공원 등 공공장소에 버리는 사람도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리기도 하고, 차에서 밖으로 내던지는 인간 같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내 주변만 깨끗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후진국이나 미개국에서나 보는 일들이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시민의식의 부족에서 생기는 것이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쓰레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내가 만든 쓰레기를 내가 처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신나게 즐기며 쓰레기를 만들어 놓고 행사가 끝났다고 그냥 가버리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이런 사람들이 얼굴에 태극문향을 그리고, 붉은 티를 입고 함성을 지른다고 하면 얼마나 가식적인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함성을 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뒷정리는 더 중요하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가 알제리에 졌기 때문에 실망한 응원부대들이 주변정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일어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얼마나 한심한 생각인가? 경기는 항상 승산이 반반이다. 승리를 바라지만 질수도 있다. 그렇다면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뒷정리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야 경기에는 졌어도 시민정신은 승리했다는 말을 듣는다. 경기결과보다 더 중요한 게 살아있는 시민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