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김문관 문누리 기자 = 국내 경제연구원들이 하반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내달 10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인 한국은행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4%에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곧 활동에 들어갈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에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정책과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정책의 동시 추진을 주문한다.
17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경제연구원들은 올해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소비와 투자의 동반 부진 등 대내 변수에 더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및 미국의 금리 인상과 원화강세 등 대외 불안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 소비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기 어렵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급격하게 진행된다면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춰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말에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3.9%에서 3.7%로 낮춘 KDI가 성장률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을 3.4%로 0.1%포인트 하향조정하면서 하반기 성장률이 3.1%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충격이 완화되더라도 올해 민간소비는 경제성장률을 크게 하회할 것이라면서 기존에 3.8%로 설정한 성장률 전망치를 조만간 낮출 방침이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수출 회복 지원과 소비 부진을 이유로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을 검토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작년부터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내달 10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인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을 3.6%로 전제했으나, 이미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8%에서 2%로 낮아지는 등 세계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2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3개월째 연 2.5%로 동결한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4~5월 내수지표가 안 좋았기 때문에 (회복세가) ‘주춤’이란 표현을 쓴 것인데, 그것이 지속될 지에 대한 판단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렁와이호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7월 경제성장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소폭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은이 성명서에서 ‘세월호 사태로 내수가 줄어 경제회복이 둔화하는 신호가 나타났다’고 기술한 점과 “과도한 원화 강세가 성장에 해롭다”는 이 총재의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나중혁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경제는 정책적 부양 노력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대내외 모멘텀으로 3분기 성장률이 4% 내외에 이를 전망이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3.6% 내외로 전망돼 정부 목표치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초부터 완만한 회복흐름이 올해 초까지 지속됐으나, 2분기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경기 상승세가 주춤했다”며 “하반기에 다시 완만한 회복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방향 자체가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영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정부가 출범한 후 나온 1기 경제팀은 경제를 주도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2기 경제팀은 앞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적극적으로 걸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 부양을 강조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과거 행적이 연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학과장은 “하반기 심각한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정책과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민간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할 수 있는 정책과 함께 강력한 소비 및 투자촉진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정책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며 “또 안정적인 기업 투자환경 조성 시그널과 함께 중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미래산업에 대한 정보제공 및 산업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