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에겐 이번 서울시장 출마부터가 정치적 승부수였다. 박원순 후보의 시정 운영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았고, ‘현역 프리미엄’까지 있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박심(朴心·박근혜 마음)’ 논란의 중심이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의 당내 경선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승산이 낮은 싸움에 과감히 나선 정 후보의 선택에 당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의외였다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대권주자로서 정 후보의 취약점 중 하나는 ‘정면승부를 피한다’는 이미지였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해놓고 대선 하루 전날 약속을 파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2012년 대선 때는 당내 경선 룰 문제를 놓고 박근혜 후보와 대립하다 결국 경선에 불참해 ‘불리하면 피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정 후보는 모두가 불리하다 입을 모으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끝까지 완주했다. 선거 막판에는 예상밖의 ‘농약급식’ 이슈를 키우며 박 후보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비록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장기적인 대권 도전 측면에서는 잃은 게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대선에 나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재산과 가족 문제에서도 나름의 ‘노하우’를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너무 많은 재산’의 백지신탁 문제도, ‘막내아들의 예상치 못한 발언’ 같은 돌발상황에서 쏟아진 비판을 견디는 맷집도 키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