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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87번 강조한 ‘안전’, 결국 ‘말잔치’에 불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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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기자

승인 : 2014. 05. 23. 06:00

박 대통령 대선 안전 공약 세월호 참사 계기로 무용지물 입증
재난관리 일원화 및 재난전문가 확충, 못하거나 부실하거나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내세운 안전 공약은 그저 ‘말잔치’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12년 치러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국회의원과 새누리당은 398쪽에 달하는 정책공약집을 발표하며 국민에게 안전을 약속했다.

공약집에서 ‘안전’이란 단어는 총 87번 쓰였다.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를 품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분명히 강조하고 약속했던 것은 ‘안전한 사회, 안전한 대한민국’이다.

박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강화’를 약속했다.
공약의 주된 내용은 △유비쿼터스 국민안전망 구축 △각 부처로 분산된 재난관리 업무 일원화 △정부 내 방재안전직렬 신설 및 재난관리전문가 확충 △‘국민행복 119선진화 프로젝트’ 등이었다. 이는 곧 인수위가 마련한 ‘박근혜 정부 140대 국정과제’에 반영됐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조직 개편을 진행하면서 멀쩡한 ‘행정안전부’간판을 ‘안전행정부’로 바꿔달기도 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취지였다.

이 모든 박근혜 정부의 ‘안전 강화’ 노력은 실로 가상했지만 현실에서는 철저히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참사를 지켜본 재난전문가들은 정부당국의 사고 대응을 두고 크게 3가지를 지적한다.

공약 사항이었던 ‘재난관리업무 일원화’가 잘 지켜지지 않은 것과 방대하고 복잡한 ‘위기관리 매뉴얼’의 실효성 문제, 재난관리전문가 확충 방안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올해 2월 시행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재난발생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역안전대책본부가 발 빠르게 가동돼야 하며 현장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둬야 한다. 해양 사고의 경우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게 된다.

그런데 정부당국은 법령에도 없는 ‘범중앙사고대책본부’를 급하게 신설해 지휘·통제 권한의 혼란을 야기했다.

이에 대해 김동헌 재난안전원 원장은 “법령체계에 있는 조직들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아 사고 수습에 차질을 빚었다”며 “이전에는 단계별로 운용되던 조직들이 동시에 가동되다보니 ‘머리가 두 개’인 꼴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부처마다 만들어 낸 수많은 국가위기관리매뉴얼은 만들어질 당시 전쟁 및 안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이런 국가 재난에 적용시키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약이었던 ‘재난관리전문가 확충’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김 원장은 “얼마 전 인천대학교가 기업재난관리 특성화 대학원으로 선정되면서 정부가 1년에 2억원씩 예산을 지원한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이 정도 예산으로는 재난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위기관리사’ 자격증을 소지해 활동하는 사람이 30명에 불과하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은 전면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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