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 경희대학교 미디어센터 칼럼니스트 |
문제는 비난을 받을 대로 받은 '어르신'들의 분풀이가 애꿎은 공연문화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봄부터 초여름기간까지 개최하는 인디 페스티벌은 모두 취소된 상태이다. 취소 사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세월호로 인해 슬픔에 잠겨있는 국민 정서와 페스티벌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공연 기획자나 공연 참가자들이 이 내용에 반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연을 취소시키는 그 과정이 너무나 강제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폭력성은 B페스티벌에서 정점을 찍었다.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발생한 큰 사건과 공연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의 일이 겹칠 때는 충분한 협의와 검토가 필요한 법이다. 헌데, B페스티벌은 개최를 하루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았다. 페스티벌을 개최할 시에는 해당 장소의 수도와 전기를 끊어버리겠다는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협박'까지 받았다. 해당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시의 시장 후보는 "공연은 풍물놀이다"라는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를 너무나 확연하게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공중파의 경연 프로그램에서 모 밴드가 우승을 거머쥐자, '새로운 문화의 대안'이라며 인디 문화와 인디 페스티벌을 재조명하고, 그에 대한 관심을 대중들에게 촉구했던 것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인디 씬에 속해있는 모든 관계자들은 토사구팽의 처지이다. 이것이야말로 현대판 분서갱유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국가가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공연을 포함한 문화라는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사실 상 그 국가의 문화적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이다. 당시 해체한 상태였던 일본의 록 그룹 샴셰이드(SIAM SHADE)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재결성해 동일본에서 투어 공연을 하게 된다. 이유는 명료했다. "우리의 재결성이 단 한명에게라도 지금의 상황에서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다시 뭉치겠다"는 것이 그 논조였다.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우리는 문화가 무조건적인 향락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대중정서에 대한 '위로'의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국가조차 실현치 못했던 사랑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한 우드스톡 페스티벌을, 우리는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취소와 중단은 반발만을 낳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샤르트르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인간은 정지 할 수 없으며, 정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 상태로 머물지 않는 것이 인간이며, 현 상태로 있을 때, 그는 더 이상 가치가 없다. - 장 폴 샤르트르(Jean Paul Sar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