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날 경우, 국내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특단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기아차의 입장에선 중국·인도 등 해외 생산기지와 비교해 국내 생산 단가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마냥 국내 생산규모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생산은 2016년 각각 325만~330만대와 140만~150만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해외생산량 대비 최소 11.6%(현대차)와 17.2%(기아차)늘어난 수치다. 해외공장 의존도 역시 올해 61.5%와 43.5%에서 65%와 48%로 늘어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내외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투자는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중국 4공장 건설을 준비중에 있고, 기아차도 해외공장 증설을 위한 부지물색을 하는 등 중국·미국·멕시코를 비롯해 글로벌 지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 생산라인 증설이나 신축에 대한 계획은 없는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국내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계획은 없다”며 “다만 해외의 경우 내년에 신·증설에 대한 계획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현대·기아차의 해외진출 가속화는 국내 고용시장을 위축시킬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 공장 근무 인원은 4만4300명으로 해외공장 3만5390명보다 많지만 해외투자만 지속될 경우 근로자 고용추이는 변화될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해외진출에 발맞춰 1차협력사들도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대표적인 현대·기아차 1차협력업체인 성우하이텍 의 해외 매출 비중은 77.4%에 달했고, 한일이화(61.4%), 화신(66.8%) 도 해왜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많았다. 완성차 생산을 위한 부품 공급업체는 1·2·3차까지 5000여개에 달하고 관련 근로자만 10만명이 넘지만 이런 해외동반 진출은 국내 협력업체의 수익성 악화와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국내 투자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국내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정부는 기아차 광주공장에 대한 증설을 통해 100만대 수준의 생산량을 맞춰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최근 50만대에서 62만대 수준으로 증설을 한 상황에서 추가 증설은 힘들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해외로 나가면서 국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고용창출과 생산은 조금 다른 의미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역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 팀장은 “사측과 노조측의 이견차가 크고 서로 보는 관점이 달라 이렇다할 방안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노사정위원회 등 정부의 중재노력도 있지만 좋지 않은 국내 노동시장유연성이 적절한 정책을 내놓기 힘들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해외의존도 상승이 거스를수 없는 트렌드라고 말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리며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고 저비용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노동비용과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도 한 원인이 된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는 노조파업으로 1조225억원의 피해를 보었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이라는 국내상황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국내공장의 대당 투입시간(HPV)은 28.4로 미국공장(14.4), 체코공장(15.8), 중국공장(17.8)보다 2배가까이 높은 상태로 국내 공장 생산성이 해외공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