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의 부채를 정부의 문제가 아닌 공기업의 경영 방만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2일 정부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한국의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493조원으로 GDP의 38.8%에 달했다. 이중 중앙정부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가 343조5000억원으로 GDP의 27.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공기업의 금융부채 규모는 2006년 87조8000억원에서 2012년 244조2000억원으로 156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2006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16조원의 부채가 증가한 것이다.
공기업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낮고 금융부채의 증가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부채증가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요 38개 공기업은 중점 관리기관으로 선정했다.
이 공기업들은 부채 감소 계획 등을 실천하고 이행 실적을 3분기 말에 평가받기로 했다.
하지만 한경연은 ‘공기업 부채 절감 방안’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개별 공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정책을 적용해 공기업 부채 절감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이유는 국책사업 추진에 따른 부채증가와 각종 요금 규제로 인한 영업적자 때문”이라며 “공기업은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기획재정부 경영평가 등을 받지만 이런 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 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국책사업의 무리한 추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부채는 정부부채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 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해 관리하게 되면 정부가 공기업에 국채사업을 전가하거나, 무리한 사업의 추진을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부채관리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각종 부채관리방안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