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범죄들이 영·호남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이 지역에 거주하거나 출신 기반을 둔 시민들까지 범죄의 낙인을 찍기 때문이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게임에 중독된 아버지가 생후 28개월 된 남아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같은 날 광주경찰서는 광주 지역에서 연쇄 강도 행각을 벌인 전과 10범 ‘무등산 다람쥐’ 이 모 씨(56)가 체포됐다고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경상도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일본어 표현)가 많은 듯’, ‘계모사건들 지역도 흉상도… 이사건도 흉상도… 정말 이동네는 애를 강아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는구만’ 등의 댓글을 올렸다.
또 인터넷에는 ‘세종대왕 말씀중에 전라디언은 백정보다 더 나쁜놈들이라고 하셨다’, ‘진짜 전라도는 싫어’, ‘또 광주구나 거기시민들은 발끈하지말고 고칠려고 노력좀 해봐요 제발’ 등의 댓글이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것을 놓고 대구 지역은 ‘통구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상에서 특정 인종·지역 등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에 대해 시정요구를 의결한 바 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은지 씨(33·여·서울 중랑구)는 “영호남 지역에 어떠한 연고도 없지만 범죄 사실 만으로 비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유치하다”며 “강력한 시정 조치를 내려 이런 댓글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석 씨(40·남·경기도 안산)는 “인터넷에서 비하하는 대상이 주로 영호남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영호남민들이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인터넷상에서의 게시물도 신중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용화 시사평론가는 “호남 지역이 전통적으로 정치적, 사회적으로 소외돼 오다가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지역 감정이 어느 정도 풀렸으나 아직까지 대한민국 정치가 지역색을 이용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인터넷상에까지 이 같은 경향이 퍼지는 것 같다”며 “보다 높은 시민 의식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게시글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는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심의규정을 위반하는 게시글에 대해 법규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