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엔화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던 당시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beggar thy neighbor)'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웃나라인 대한민국은 '거지'가 되지 않았다. 되레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엔저' 현상이 나타날 때 대한민국의 무역수지가 악화되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무역수지 적자를 낸 나라는 오히려 일본이었다. 일본은 지난해 1716억 달러라는 최대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산업연구원은 그 이유로 △우리 제품의 경쟁력 향상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중국의 반일 감정에 따른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등을 꼽고 있었다.
일본 국민도 먹고사는 형편이 어려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엔화 가치의 하락은 수입상품 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수입물가가 뛰면 일본 국민은 소비를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은 그런 국민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소비세 인상이다. 소비세를 5%에서 8%로 높임에 따라, 일본 국민의 생활비는 1인당 연간 5만 엔(52만 원)씩 늘어나게 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국민은 그 바람에 허리띠를 더 줄이게 생겼다.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가 더 악화될 경우, 내수시장은 계속 위축되고 경기의 회복도 따라서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5조5000억 엔 규모의 추경예산을 마련하는 등 돈을 계속 풀어 경기를 부추기려 하고 있다. 기업에는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세가 오른 만큼 제품가격을 인하, 매출 부진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을 올려주고 제품가격을 낮추면 기업은 수지가 악화될 것이다. 이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이웃나라를 '친구'로 만드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래야 일본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거꾸로 하고 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한일 공동개최 사실까지 일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삭제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을 말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휘청거리게 될 수 있다. 이웃나라가 아닌 '자기나라 거지 만들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