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가사5단독 이내주 부장판사는 A씨가 낸 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부인과 이혼 후 아들 B씨를 키워오다가 성전환 수술을 한 뒤 B씨를 전처에게 보내 현재는 혼자 살고 있다.
재판부는 A씨의 성별 정정 신청을 허가할지 판단하기 위해 A씨 가족들의 의견을 물었지만 누구도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성년이 된 아들 B씨는 오히려 “아버지를 말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A씨의 성별이 바뀌게 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여성으로 기재돼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부는 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A씨 모친이 신청 취지에 동의하지 않았고 전처와 아들도 반대 의견을 밝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06년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성전환자의 호적(현재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최초로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경우 출생시의 성과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이 달라 성에 관한 호적의 기재가 현재의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지 못하게 되므로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이 호적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들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호적상 성별란 정정의 효과는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은 2011년 전원합의체를 통해 “배우자가 있거나 미성년의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당시 대법원 다수의견은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해 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이혼해 혼인 중이 아니고 자녀도 미성년자 시기를 벗어나 대법원과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있었지만 재판부는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