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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촛불 시위 배후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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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승인 : 2008. 06. 01. 17:32

“촛불 누구 돈으로 샀나, 보고하라” 질책

이 대통령이 최근 ‘촛불 시위 배후설’을 제기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청와대 관계자들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지자, 이에 반발한 ‘성난 민심’이 거의 폭발 직전에 이르고 있다.

3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민정수석실로부터 “어제 촛불집회가 열렸고 1만 명이 참석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신문만 봐도 나오는 걸 왜 보고하느냐”며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을 질타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배후에 국민들을 선동하고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의 촛불시위현장과 인터넷 상에서는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31일 저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일부 참석자들은 “유일한 배후 조종 세력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명박 정부”, “내가 배후조종자다. 나를 잡아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또, 청와대 홈페이지는 물론 다음 아고라, 네이버 등 포털게시판은 “이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며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의 아이디 ‘정양순’은 “촛불 누구 돈으로 샀는지 물었다니 정말 한심하다”며 “아직도 배후세력이니 이념이니...국민생존권에 이념이 무슨 상관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아이디 ‘이고운’은 “촛불 제돈 주고 샀거든요, 500원 내고. 그럼 제가 배후인가요?”라고 반문 한 후 “대통령님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마세요. 왜 우리를 무시합니까? 없는 배후세력을 있다고 혼자 오해하나요?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나요?”라고 비판했다.

다음 아이디 프로메테우스는 “배후니, 선동이니, 음모니 하는 말로써 수많은 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정부는 ‘물대포’로 선전포고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00여개 시민단체와 인터넷카페 등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양초는 국민들이 대책위 계좌로 입금시켜주거나 집회에서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성금으로 구입하고 있다”며 “31일 촛불문화제에서 준비한 7만개의 양초도 집회 초반에 모두 동이 났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정부 주요 부처 공무원들은 평일처럼 출근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몇몇 청와대 참모들이 밤늦게 촛불시위 현장에 나가 여론 동향과 시위 향배를 살피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대통령이 지시한 ‘촛불시위 배후’는 아직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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