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일본의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성의 존엄을 빼앗은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일본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사진=이병화 |
갈수록 일본의 우경화 과속 페달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자국은 물론 동맹국인 미국 언론에서 연일 나오고 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들어선 후 일부 강경 정치인과 관료들이 역사적으로 명백한 피해을 줬던 한국과 중국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가 빈번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정치인들의 주변국에 대한 역사 왜곡과 영토 분쟁을 선동하는 망언과 궤변을 넘어서 젊은이들의 성향까지 극한 우경화로 치닫고 있다는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일본은 이제 전후의 속죄하던 태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에도 싫증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부분적으로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성공을 통해 반영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가 내셔널리스트(국가주의자)인 것은 틀림없다며 과거의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려는 그의 노력은 패전의 부담이 없는 일본 젊은 세대로부터 특히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특히 지난 9일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격)이 12%의 득표로 전체 4위를 기록, 그 가운데 20대로부터는 24%의 지지로 당당히 2위에 오른 것은 일본의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논문을 발표해 제복을 벗은 다모가미는 일본의 전후 교육이 자학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모국에 긍지와 자신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아베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관련해서도 지지자들의 경우 단지 우파에 한정된 게 아니며 많은 일본인은 자국의 총리가 한국과 중국이 원하는 바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전쟁 때의 야만적인 행위에 충분한 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한국과 중국의 감정적인 반발을 사고 있고, 미국도 이웃 국가들을 적대시하는 그의 방식에 놀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많은 정치인과 학자, 언론인들도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해 한숨을 쉬며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일본 아사히신문은 다모가미의 60만표 득표가 기존 보수보다 더 과격한 성향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넷우익’(인터넷 우익)의 역습’이라고 지적했다. 넷우익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 출판계와 주간지들도 중국을 혐오하고 한국에 반하는 정서를 부추기는 내용들을 발간해 수십만권씩 팔리고 있을 정도다.
급기야 일본 일각에서는 이러한 ‘혐중반한’의 정서를 언론들이 부추기며 한·일, 중·일 대립관계만 부각시키고 일상적인 교류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면서 비판과 함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국의 역사적 상처를 덧내게 하는 아베 총리의 망언과 행보는 12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추모 기념일을 제정키로 한 데 대해 사실을 토대로 냉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을 통해 “잘못된 사실을 나열해 일본을 비방·중상하는 것에는 사실로 냉정히 반론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날 아베 총리에 대한 우리 국민의 호감도가 추락을 거듭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