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제재조치가 완화되면서 동결계좌가 해제되고 외국계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몰려드는 등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3일(현지시간)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중 5억5000만 달러(6000여억원)가 스위스에 있는 이란중앙은행 계좌로 송금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총 42억 달러에 이르는 이란의 석유관련 해외 동결 자산 해제 조치의 첫 단계다. 이란은 8단계에 걸쳐 이 금액을 전달받게 된다. 이란이 서방 은행에 둔 동결 자산은 모두 10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아울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 소속 110개 회원사가 3일부터 사흘간 테헤란을 방문해 정·재계 인사를 만나는 등 유럽계 기업들이 이란에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북핵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이란이) 올바른 선택을 할 때 국제사회가 어떤 손을 내미는지 분명하게 보여줬다”면서 “북한은 도저히 양립될 수 없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즉각 포기하고 올바른 길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빈곤 해결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북한 김정은 체제로선 국제 사회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북한으로선 이란처럼 핵주권 인정을 요구할 명분도 더해졌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북한과 이란의 핵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다. 이란은 북한과 달리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 적이 없으며, 핵무기 개발을 공언하지 않았고, 최종적인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화 상대에 대한 신뢰도 역시 다르다. 이란 핵협상이 속도를 낸 것은 미국이 지난해 8월 출범한 하산 로하니 정권을 대화 상대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핵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선(先)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등 까다롭게 접근하는 것도 이 같은 차이를 감안한 것이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과 이란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분단국가라는 것을 생각해야하고, 핵 협상 합의를 위해서는 확실하게 (핵시설 등을) 오픈해야하는데 김정은 체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란 핵협상 합의로 인해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북한의 선택에 문제 해결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 및 분쟁해결 연구실장은 “이란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을 향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혹은 NPT 복귀’ 같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