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지난해 말 갑자기 2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인도네시아가 550억원을 들여 국제 공동탐색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작전요구성능(ROC)를 쌍발엔진에서 단발·쌍발엔진으로 변경하면서 KFX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ADD가 탐색개발 결과 내놓은 쌍발엔진 모델 C-103. |
우리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3일 국내 연구개발로 미디엄급 한국형 전투기를 확보하는 KFX(일명 보라매사업) 사업이 방사청의 일관성 없고 전문성 부족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KFX 사업은 2020년 이후 공군의 노후 전투기(F-4·F-5)를 대체하기 위해 F-16과 F-35 전투기의 중간인 미디엄급을 2030년대까지 확보하는 사업이다. 개발비만 6조원이 들어가며 양산비 8조원, 운영유지비 9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군 전력사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방사청이 갑자기 소요군인 공군이 처음 요구했던 작전요구성능(ROC)을 쌍발 엔진에서 단발·쌍발 엔진도 가능한 것으로 변경하면서 사업 추진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FX사업 진행 과정처럼 처음 소요군 공군이 요구했던 ROC인 스텔스 성능으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스텔스 기능을 완화하는 ROC 변경으로 사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거센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시 스텔스 성능으로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그대로 밟고 있다.
방사청은 특히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라 2010년 4월 엔진 숫자 등 주요 요구성능과 함께 사업추진기본전략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승인했다. 그에 따라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인도네시아 항공우주국은 2011년부터 2년간 550억을 들여 쌍발엔진으로 공동탐색개발까지 마쳤다.
이미 승인된 한국과 인도네시아 공군의 엔진 요구 성능은 쌍발이었기 때문에 탐색개발을 수행한 항공기의 형상 설계도 당연히 쌍발이었다. 날개 위치에 따라 다른 2가지 형상에 대해 모두 3회의 반복설계와 풍동시험결과까지 반영해 형상설계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쌍발엔진을 기본으로 하는 탐색개발 결과를 만족하는 것으로 이미 승인한 방사청이 이제 와서 뒤늦게 단발·쌍발 엔진으로 ROC를 갑자기 변경하는 것은 명백한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특정업체를 봐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으며 특정국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말 갑자기 2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인도네시아가 550억원을 들여 국제 공동탐색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작전요구성능(ROC)를 쌍발엔진에서 단발·쌍발엔진으로 변경하면서 KFX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안한 단발엔진 모델 C-501. |
따라서 합참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방사청에 관련 자료와 함께 판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방사청에서 합참에 관련 자료와 결정 사항을 올리면 합참 합동참모회의에서 ROC를 결정하고 방추위에 상정하는 것으로 군 내부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사전문가는 “방사청이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라 자신들이 계획하고 감독하며 최종 승인한 탐색개발 결과를 제쳐두고, 특정업체나 특정기관의 주장에 휘둘리고 있어 이대로 간다면 과연 체계개발이 정상적으로 착수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면서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과도하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특정업체의 눈치를 보고 기술종속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깊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포니원은 우리가 개발 해 본 경험 있어서 포니원을 만들기는 쉽지만 그 포니원이 절대로 에쿠스를 따라 가지는 못한다”면서 “한국이 쌍발엔진의 미디엄급 전투기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되면 미국이나 미 방산업체 쪽에서 한국이 항공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