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정 스누리그 총재가 16일 스누리그 포스트시즌 첫 경기가 끝난 후 서울대학교 야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박정배 기자 jayman1@ |
아시아투데이 박정배 기자 = 주말을 맞은 서울대학교 캠퍼스는 늘 조용하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아서 공부하고, 캠퍼스 나들이를 나선 지역 주민들이 가을 날씨를 즐기는 정도다. 수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부산하게 이동하고,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떠는 주중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용한 캠퍼스 분위기와는 달리 종합체육관 앞 야구장은 최근 주말에 더욱 북적인다. 학내 야구리그인 스누리그(SNU리그·Seoul National University의 약자)의 포스트시즌이 16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단순한 친목 공놀이가 아니다. 스누리그는 총 34개의 팀이 1부리그 격인 A조와 2부리그 격인 B조로 나뉘어 3월부터 풀리그로 경기를 펼친 뒤 각조 8위팀까지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전국 동호인 야구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학·석·박사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 교수, 시간강사, 교직원, 서울대병원 직원, 청원경찰까지 참여 범위를 넓힘으로써 서울대 가족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결혼한 뒤 부인과 자녀를 데리고 경기에 참가하는 3~40대도 많은 편이다.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서울대 멤버라면 여성도 함께 할 수 있다.
남기정 스누리그 총재(36)는 지난 2008년부터 리그 활성화에 늘 심혈을 기울여왔다. 지난 1995년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뒤 럭비, 야구 등을 함께 즐기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야구에 입문했다. 운동역학 전공으로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밟아오면서도 행정가로서의 수완까지 함께 발휘하고 있다.
남 총재는 17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내에 있는 모든 야구동아리들이 일정한 격식을 갖춘 리그에 참여해 경쟁하게 되면 학내에 건전한 운동 문화를 정착시켜 좋은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관악리그와 방학리그를 통합해 스누리그로 출범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8년 이전에는 법과대학, 사회과학대학, 공과대학 등 주요 단과대학 몇몇끼리 관악리그라는 이름으로 경기를 치르던 수준이었다”며 “방학 때나 비로소 다른 단과대, 그리고 학과들이 야구팀을 꾸려 짧게 리그를 진행한 정도”라고 소개했다.
남 총재는 “학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며 “공부 잘하는 서울대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승리를 위한 팀워크, 자기발전에 매진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대 야구 인프라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자갈들이 굴러다니는 흙바닥에 베이스 4개를 올려놓고 플레이를 진행한다. 때문에 부상자도 속출한다. 비가 오면 별 수 없이 경기를 연기해야 한다.
부족한 운동 시설로 인해 하키부가 함께 훈련을 실시하고 양궁 수업도 병행한다. 다목적 운동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용 목적이 왜곡되는 셈이다.
남 총재는 “국내 야구 붐을 계기로 야구장에도 인조잔디를 설치할 계획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학내 구성원 2700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총장과 면담까지 성사시켰고, 산림지대 용도 변경에 대해 관악구청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답변까지 받았는데, 막판에 시설과로부터 예산 부족으로 이유로 계획 철회를 통보받았다”고 했다.
일본 도쿄대학교는 정식 규격의 야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럭비, 미식축구, 필드하키 전용구장을 갖추고 있다. 매년 서울대학교 운동부와 교류전을 갖고 있지만 도쿄대의 실력이 월등히 앞서는 편이다.
남 총재는 “스누리그가 대한민국 대학을 대표하는 야구 리그로 발돋움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꾸준히 인조잔디를 설치를 위한 움직임을 진행하고, 스누리그를 통해 서울대학생들의 야구 실력과 인성을 키우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