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아시아투데이 우남희 기자 = 올 해에는 류승룡, 송강호, 설경구, 손현주 등 40대 남자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마지막 주자가 있다. 바로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화이:괴물을 삼긴 아이’의 김윤석이다.
‘화이’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를 둔 소년 화이(여진구)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범죄집단의 냉혹한 리더 석태(김윤석)를 주축으로, 한 발의 총성 끝에 모든 것이 뒤바뀐 후 끝을 향해 치닫는 갈등과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타짜’, ‘추격자’, ‘황해’, ‘도둑들’ 등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창조해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김윤석. 그는 이번 영화에서 어떠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결단력으로 네 명의 범죄자와 아들 화이를 이끄는 리더 석태로 분했다.
-처음에 ‘화이’를 고사했다는데, 이번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이번 배역은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든 캐릭터였다. 나도 자식이 있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나리오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장준환 감독도 매우 뛰어난 감독이고, 10년 만의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영광이었다.”
-석태는 5명의 아버지 중에 유일하게 화를 내지 않는다. 또한 악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캐릭터 분석을 어떻게 했는가.
“범죄자들의 리더로서 그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컨트롤이 필요했다. 그래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석태는 보육원 출신으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선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가진 자들이 만들어놓은 질서를 거부하게 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화이를 키운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너(화이의 친부)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서 죽여버리겠어’와 ‘나를 닮게 해버리겠어’ 등이다. 다섯 아빠들은 화이가 크는 걸 보면서 그에게 정을 주게 된다. 석태 또한 화이를 가장 사랑하게 된다. 나를 닮길 바랐는데 화이는 밝은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래서 화이를 파멸시켜놓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게 된다.”
-극중 범죄집단이 분재를 하는데, 의미가 있나.
“분재는 자연에 있는 식물을 캐서 일부러 안 크게 만든다. 나뭇가지 철사를 감아서 형태를 멋있게 만드는 일이다. 온전히 자라지 못하게 ‘기형’을 만들어놓은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화이를 상징하고 있다. 사람들은 분재를 아름답고 하는데, 알고 보면 참 불쌍하게 느껴진다.”
-‘추적자’, ‘황해’, ‘화이’ 등 주로 무거운 작품에 출연했다. 이런 작품에 더 끌리나.
“나는 선택 당시 내게 들어온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한다. 지난해 개봉한 ‘도둑들’은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남쪽으로 튀어’도 시사하는 바는 있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굉장히 날선, 극단으로 가는 작품을 했는데 가끔씩 이런 작품을 하면 힐링이 된다. 스트레스 받을 때 춤추고 땀 빼면 풀리듯이, 뭔가 끝까지 가는 걸 해보니 좋더라.”
-여진구와의 호흡은 어떠했나.
“시사회, 제작발표회를 비롯해 여진구 관련한 기사가 천 번은 나간 것 같다. 여진구는 근래 보기 쉬운 얄상한 아이가 아니다. 시대가 지나면 복고가 다시 돌아오는데 그런 것 같다.(웃음) 굉장히 좋은 자질을 가진 배우다. 아직 17세니까 미래가 밝다. 이번 작업에서 장준환 감독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시작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고, 조용조용 기다려주고, 그 공이 대단했다.”
-차기작 ‘해무’에서는 박유천과 호흡을 맞추는데. 가수 출신 연기자와는 첫 호흡 아닌가.
“박유천을 추천한 사람은 나다. 내가 추천해서 그가 캐스팅됐다는 건 아니다. 나도 박유천을 이야기했고, 감독도 좋다고 했다. 유천의 드라마를 잠깐 봤다. 실제 만나봤더니 소탈하고 털털했다. 그 정도 위치까지 간 친구들은 분명히 많은 고생을 하고 좌절을 극복했을 거다. 뭐가 달라도 다르다.”
-올해 송강호, 설경구 등 40대 배우들이 활약했다. 이번 작품, 자신 있나. 흥행에 대한 부담은.
“자신 있다. ‘화이’는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가 되지 못할지언정 가장 오래오래 이야기되는 영화가 될 거라는 건 확신한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언제나 있다. 밥줄이기도 한데 왜 부담이 없겠냐. 잘 되길 바란다. 천만 관객이 넘으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 내가 하면 하정우도 같이 가지 않을까. 하하.”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원동력이다. 좋다. 관객들이 계속 믿고 볼 수 있도록,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화이’ 석태가 섹시하다고 하는데, 그 말도 참 좋더라. 그만큼 석태가 매력적이라는 이야기겠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