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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나라 영국의 장기요양 제도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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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기자

승인 : 2013. 05. 28. 18:41

[희망100세] 요양서비스 공급주체 다변화ㆍ민간경쟁 강화해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⑧ 장기요양 제도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역 인근에 모인 사람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돌봄의 나라 영국의 장기요양 제도가 변혁의 물결을 타고 있다. 서비스 공급 주체의 다변화와 민간 경쟁의 강화가 개혁의 골자다. 불충분한 보장성으로 인한 서비스 이용의 어려움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 보건의료제도)와 전용호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장기요양시스템은 조세제도로 자산조사를 통해 주로 가난한 노인에게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도 65세 이상이라는 연령 기준이 있다.

지방정부별로 사정(assessment)하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지방정부에 소속된 케어매니저나 임상실천가(practitioner)가 초기사정을 한 이후에 대상자의 욕구에 따라 보건과 사회서비스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정에 참여한다.

지방정부에 따라 사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 접근의 형평성 문제가 늘 존재한다.

영국은 증대하는 노인서비스의 욕구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화를 적극 추진하며 서비스 공급 주체의 개혁을 도모했다.

공급 주체를 다변화시켜 공공부문이나 비영리부문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식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에서 벗어나 민간 영리기관에 장기요양서비스의 제공을 허용하는 등 전향적인 정책을 펼쳤다.

또 많은 민간세력을 시장에 참여시켜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기존 공급자들의 독점적인 위치를 타파하고 공급자들 간의 경쟁을 유도했다.

시장화의 추진 방법과 양상은 기존의 국가중심이었던 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비영리기관과 영리기관으로 이뤄진 독립부문의 역할을 강화시켰다.

이를 위해 영국정부는 국가가 책임지던 서비스 구매와 제공의 역할을 분리시켰다. 

지방정부가 구매자의 역할을 맡고 공급의 역할은 민간의 독립부문에서 주로 맡도록 했다.

지방정부는 민간의 제공자들을 시장에 참여시키는 등 시장형성과 경쟁 촉진의 역할도 적극 수행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특별전환보조금(Special transition grant)’을 각 지방정부에 지급해 민간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조금을 폐지하고 수가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을 통해 영국은 목표하던 민간세력 참여의 활성화와 제공주체의 다변화를 이뤄냈다.

급증하는 노인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서비스 인프라가 확충될 수 있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영국정부는 시장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예산통제와 비용감축 정책을 단행했다.

장기요양서비스의 보장성은 축소되거나 일부만 확대됐고 이는 결국 노인의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가해져 욕구충족이 어렵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영국은 재가서비스 이용 가구 수의 측면에서 공공기관의 서비스 제공 비율이 1994년 89%에서 2008년 22%로 급감했다.

나머지 78%는 영리기관을 비롯한 독립부문이 차지했다.

시장 규모도 커졌다.

재가서비스 이용시간을 기준으로 1994년 221만 5100시간에서 2008년 408만 2900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서비스의 보장성 측면은 갈수록 악화됐다.

영국정부가 시장화와 동시에 사회서비스 전반에 복지예산을 매우 보수적으로 지원하면서 각 지방정부는 사정단계에서 서비스 이용의 자격조건을 높여갔기 때문이다.

이에 재가서비스 이용 가구 수는 1994년 53만 8900가구에서 2008년 33만 8500가구로 약 40%나 줄었다.

또 영국정부는 비용 효과성을 고려해 상태가 아주 나쁜 노인에게 이전보다 서비스를 더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반면 경증의 노인은 서비스에서 아예 배제시키는 표적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증의 노인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한 반면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당수 노인은 서비스 접근이 아예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상자의 기능 상태에 따른 서비스 욕구 충족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전반적인 보장성의 악화로 인해 잉글랜드에만 약 150만 명의 노인이 장기요양 서비스가 필요한데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장기요양서비스의 보장성은 노인의 16% 수준으로 증가하는 노인의 수를 고려했을 때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 교수는 “영국은 오랜 전통을 가진 복지 선진국인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며 “하지만 민간세력과 시장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는 과정에서 각종 폐해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시장화는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마저도 민간에서 수행하게 하는 떠넘기기식 정책 추진이 적지 않았다”며 “영국의 경험처럼 시장은 자본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인수와 합병이 늘 일어나고, 도덕적 해이가 횡행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공공성에 기반한 규제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서비스의 질은 시장에 맡겨둔다고 자연스럽게 담보되지 않으므로 정부의 다각적인 개입과 감독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말리본 역에서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 브리티쉬 도서관 내 설치된 벤치에 사람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영국 뉴몰든 거리를 두 청년이 지나고 있다.
영국 베이커 거리 학교 전경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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