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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현역 만드는 평생교육 지혜의 전당 U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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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기자

승인 : 2013. 05. 26. 17:19

[희망100세] 골든에이지 모여 청년 같은 열정으로 지식 나눠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⑥ 노인대학 U3A(University of the Third Age)

영국 U3A 회원들이 지역 내 학교 강당에 모여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U3A 제공

런던(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런던대, 셰필드….

전 세계에서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국 소재 대학들이다.

영국의 명문대는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대학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통상 20~30여 곳의 칼리지가 모여 한 대학을 이룬다.

하지만 이런 영국의 상위 10개 대학을 모두 합쳐도 구성원과 규모면에서 비교조차 안 되는 초대형 대학이 있다.

바로 인생 3모작의 씨를 뿌리는 골든에이지들을 위한 U3A(University of the Third Age)다.

영국 U3A 회원들이 지역 내 극장에 모여 강의를 듣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찾은 영국 런던 U3A에 따르면 이곳의 역사는 40년 전 프랑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존에 있던 일반적인 지역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대상만 젊은 학생이 아닌 은퇴한 고령자로 바꾼 것이 U3A의 시작이다.

프랑스와 이를 받아들인 일부 국가는 여전히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그러나 1982년 프랑스에서 U3A를 도입한 영국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U3A를 만들어냈다.

교수에서 수강생으로 전해지는 한 방향의 지식전달이 아닌 모두가 선생이자 학생인 양 방향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장소 또한 지역대학에 한정하지 않고 마을도서관이나 학교, 교회와 가정집 등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렇게 창조된 프리스타일 U3A는 현재 영국 전역에 900개 학교, 30만 회원을 보유한 단체로 성장했다.

영국 U3A 회장단은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 평생학습도시를 방문했다.

U3A에서 진행되는 강좌는 셀 수도 없거니와 통계를 내는 것도 무의미하다.

회원 한 사람마다 지닌 모든 경력과 특기, 취미가 곧 강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역 군인으로 있을 때 전투기를 몰았던 파일럿은 은퇴 후 마을 U3A 멤버들에게 안전한 경비행기 조종법을 전수해준다.

프로골퍼로 활약했던 회원은 집에서 가까운 필드에 나가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동네 주민들을 저녁식사 한 끼에 지도해준다.

특별한 재능이 없더라도 U3A에서는 교수가 돼 강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30년간 집 마당 정원을 가꾸다보니 자연스레 원예에 능통한 노인이 종류에 따른 꽃잎 손질법을 가르친다거나, 애플파이 하나만큼은 기막히게 만드는 할머니가 마을 주부들을 상대로 요리교실을 여는 식이다.

강좌의 주제가 자유롭다보니 시간과 장소 또한 제약을 받지 않는다.

사격과 승마, 플라이낚시 등의 레포츠는 강좌의 특성상 주로 현장에서 실습교육이 이뤄지지만 체스나 퍼즐, 독서모임과 시 낭독 등 작은 방 하나면 수업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무궁무진하다.

수첩과 연필, 경청할 준비가 된 두 사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대학이 열리는 셈이다.

실제 U3A 지역강좌의 상당수는 가정집에서 이뤄지며 이 때 손님들은 작은 선물이나 케이크 등 간식을, 집주인은 저녁식사와 포도주 한 병을 준비해 개인부담을 줄인다.

증기자동차에 관심 있는 U3A 회원들이 모인 현장수업 모습

그렇다고 U3A를 은퇴한 노인들의 취미활동 모임 정도로 본다면 오산이다.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은 노년층이 돈벌이에 구애받지 않고 듣고 싶은 강좌를 자유롭게 듣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즐기면서 수입을 창출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권에서 몸담았던 주식고수가 전하는 재테크 비법이나, 수 대째 이어진 피시앤칩스(반죽한 생선과 썬 감자를 튀긴 영국의 대중음식) 가게 주인의 요리강좌는 경제적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역사회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건전한 중소기업에 회원들이 주식투자를 한다거나, 맛집 사장에게 피시앤칩스 요리비법을 전수받은 사람이 다른 동네에 가게를 차리는 식이다.

또 지역 은퇴자들이 마을에 부족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직접 활동하면서 봉사의 기쁨과 함께 지자체의 보조금이나 기부금 수익을 거두는 방법도 있다.

마을 노인들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국의 전통과 역사를 가르치거나, 인생의 특별한 경험과 젊은 시절 피해야 할 유혹을 알려주며 지혜를 전하기도 한다.

은퇴 후에도 수입에 연연해야만 하는 우리사회와 달리, 튼튼한 국가복지 속에 취미를 즐기며 함께 나누는 여유가 수익까지 창출하는 현장이다.

이런 U3A의 모든 강좌는 기본적으로 무료이며, 체험비와 재료비 등 실습에 따른 비용만 개별적으로 내면 된다.

회원 가입 조건에 나이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U3A의 특성상 은퇴한 장노년층이 주를 이룬다.

단체를 운용하기 위한 1인당 회원비로는 1년에 12파운드(약 2만 원)가 책정됐다.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로 강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U3A의 설명이다.

영국 U3A 회원들이 지역 내 마을회관에 모여 수업을 하고 있다.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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