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⑤ 주영 한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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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준 주영국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한국대사관에서 영국과 비교해 한국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
버킹엄(영국)/아시아투데이 김종원·이정필 기자 =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는 하나의 레토릭이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한국적 복지모델을 찾아야 한다. 국민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서 국가가 잘 반영하면 그것이 좋은 복지다.”
배병준 주영국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48·보건학 박사)은 22일(현지 시간) 오후 영국 런던 중심부인 버킹엄의 한국대사관에서 인터뷰 하며 한국적 복지모델 개발을 강조했다.
배 참사관은 복지를 단순히 보편적·선택적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투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복지와 최첨단 정보기술(IT)이 융합한 똑똑한 스마트 복지 개발이 바로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이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재정긴축 기조 속에서 ‘과도한 복지’ 예산 때문에 선택적 복지를 가미하고 있지만 “한국은 조금 더 영국의 보편적 복지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나”라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했다.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선진 영국의 복지제도를 모델로 한국이 나가야 할 복지정책의 방향을 자세히 들어봤다.
-현재 영국의 복지제도 핵심은 뭔가?
“영국은 보편적 복지를 토대로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전 국민 무상의료서비스(NHS)와 각종 정부 보조금과 수당, 전 국민 1인 1연금, 근로 연령층(16~64세) 복지, 장기요양제도, 보육제도가 그 핵심이다. 국가 재정악화로 복지·연금·NHS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15세까지 소득과 상관없이 아동 2명을 기준으로 매월 147파운드(약 25만원)을 주던 아동수당을 올해 1월부터 상위 15% 계층에게는 전액 또는 일부를 삭감했다.”
-정부의 다양한 보조금과 요양제도도 손질하고 있는데….
“근로연령층에서 지원했던 정부의 각종 보조금과 수당, 연금도 올해 4월부터 ‘유니버설 크레딧’이라는 제도를 신설해 시범 적용하고 있다. 보조 금액도 주당 500파운드(약 85만원)로 연간 2만6000파운드(약 4409만원)로 상한선을 뒀다. 지난달부터는 근로연령층의 장애인 생활수당제도를 개인독립 급여제도로 대체했다. 장기 요양제도도 2016년 4월부터 장기 요양시설에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7만2000파운드(약 1억2200만원)로 제한하는 본인 부담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숙식비는 본인이 부담한다. 수급 자격은 자산 2만3000파운드(약 3900만원) 미만에서 12만3000파운드(약 2억870만원) 미만으로 확대했다.”
-보육제도의 변화는 없나?
“영국은 3~4세 대상으로는 주당 15시간 무상 보육을 하고 있다. 보육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올해부터 아동수당 제도를 개혁하고 지난 3월 맞벌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보육바우처 제도를 발표했다. 아동 1인당 연간 1200파운드(약 200만원)까지 지급한다. 보육은 아동수당을 주는 보편적 복지 국가에서 일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보육 투자를 확대하는 북유럽식 복지모델로 전환을 시도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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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준 주영국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2일(현지시간) 한국대사관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
-최근 한국은 60살 정년 연장이 뜨거운 화두였다. 영국은 2011년 65살 정년을 폐지했는데….
“정년제도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연금지급 연령과 맞물려 있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은 아예 정년이 없다. 독일은 2029년까지 65세 정년을 67세로 연장한다. 일본은 지난해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프랑스는 2010년 60세에서 62세로 정년을 올리고 국민연금 수령 시기도 65세에서 67세로 늦췄다. 영국은 2010년 기준으로 은퇴 연령이 남자는 64.4세이고 여자는 62.3세이다. 국민기초생활 연금 지급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2020년 66세, 2026~28년 67세로 점점 늦추고 있다. 여자도 현재 60~61세인데 2018년 65세, 2020년에는 66세로 늦춘다.”
-한국이나 영국이나 베이비부머 조기 은퇴와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닥치면서 정년과 연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은퇴 연령은 국민연금 지급 연령과 밀접하게 연동돼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지급 연령은 올해부터 5년마다 1세씩 조정해 2033년에는 65세로 조정된다. 실제 노동시장에서 은퇴는 50대 중반 정도이기 때문에 은퇴 연령과 연금을 지급받는 나이까지 그 격차가 10년으로 너무 크다. 국민연금 지급연령에 맞춰 정년을 조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다만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장의 연간 근로시간인 2193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면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근로시간을 줄일 때 근로소득이 줄어든다. 이 문제는 무상보육 확대와 아동양육 수당 지급 등 복지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실질 가계지출을 일부 줄여주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선진 영국의 복지정책과 비교해 한국 복지가 나아갈 방향을 무엇이라고 보나?
“아직도 한국은 복지와 의료를 소비나 낭비라는 생각을 많이 해 왔다. 하지만 이젠 복지를 투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 예산을 줄이고 복지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시대적 흐름이고 국민의 요구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은 정부와 공직자들의 책무다. 그 책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복지와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하는 것이다. 복지와 IT를 결합한 스마트한 복지가 바로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스마트 복지의 구체적인 개념은 뭔가?
“복지정책은 첨단 IT와 결합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복지 대상자 선별부터 빈곤탈출 지원까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대상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 복지기술(Welfare Technology) 개발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증을 전자카드로 만들면 투명한 신분 확인으로 재정 누수를 막고 부당 청구도 줄일 수 있다. 또 일할 능력이 있는 빈곤층에게 일하는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사회복지 통합관리망을 구축하고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직업훈련, 성공사례 관리로 근로의욕을 고취해야 한다·. ‘희망키움통장’처럼 자산형성을 지원해 주는 이러한 복합적인 처방이 절실하다. 바이오 정보와 임상 정보를 건강보험에서 익명으로 처리·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약 100조원의 국민의료시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영국은 약 180조원의 NHS 서비스와 국민건강을 위한 어마어마한 민·관·학·연 지원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 He is...
배병준 주영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경제팀장은
정부의 부처 교류 차원에서 현재 외교부에 근무하고 있는 배 국장은 보건복지부 서민희망본부 총괄국장, 사회정책선진화기획관, 사회서비스정책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청장을 지낸 보건과 의료, 복지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이며 전문가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 정책학 석사를 거쳐 CHA의과학대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8월부터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경제팀장을 맡고 있다. 영국의 연금과 고용, 무상 국가의료서비스(NHS), 복지제도 개혁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선진 영국의 복지제도 시행착오 분석을 통한 한국적 복지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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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준 주영국 한국대사관 공사 참사관이 22일(현지시간) 인터뷰가 끝난 뒤 웃고 있다. /사진= 영국 기획취재팀 |
<‘맞춤형 복지, 영국에서 길을 묻다’ 해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