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관심사는 이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서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90년대 대만 성장기에 두뇌를 활용해 시장가치를 창출하면서 '골드칼라'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했다.
이들에게 있어 은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콘셉트가 다르다. 은퇴는 늙는 것, 가난과 아픔, 고립 같은 잔인한 운명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물려주고 젊은이들이 잘 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대만의 톱 클래스 10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72%는 56세 이상이 회사를 이끌고 있었으며 이 중 89%는 42조 대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자산은 대만의 문화 토양을 다지고 젊은이들을 기르는데 쓰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의 부회장이었던 천구어즈 여사는 하루 10시간 이상 일을 하는 일벌레였다.
매주 4일은 타이페이현에 있는 신주에 있었고 타이베이와 신주(서울과 경기도 거리)를 수십번은 더 왔다갔다 했다.
20세에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직장생활을 하는 35년 동안 이런 생활은 지속됐다. 그러다 2001년 그녀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 퇴직을 선택했다.
타이페이 스토리 하우스 전경. 사진=유재석 기자 |
대만정부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역사적인 장소를 재사용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천 여사는 30만 대만달러를 기부해 재단을 세우고 타이페이 스토리하우스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에서는 각종 전시와 공연이 이뤄지고 중화문화인 차를 소개하고 마시는 공간도 있다.
"이제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음악을 좋아해서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관심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거죠."
1913년에 만들어져 없는지도 알지 못했던 이 곳은 이제 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 중 하나가 됐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자신의 은퇴 후 생활을 쏟아붓는 시니어들도 있다.
|
벤처기업이 주축이 돼 만들었던 대만의 전성기의 부활을 꿈꾸며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고령화를 문제가 아닌 산업 동력으로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 같았다.
그녀는 보인대학 가정학과 2학년때 대만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청년우호방문단에 선정돼 미국에 가게 됐다.
당시 그녀가 선보였던 공연들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유럽까지 소개됐다. 그녀는 어린나이에 유럽과 미국에 있는 정치계 명사들과 교류하게 됐고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미국에서 다시 학교를 졸업하고 나사에 취직했고 많은 경험과 기술을 배우게 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88년 잉타이국제주식회사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었는데 해외청년창업 모범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가 최고경영자(CEO) 있을때 만들었던 시스템이 지금 미국의 국방부와 국무원,농업부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승승장구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2009년 대만으로 돌라온 그녀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창업정신을 살리고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3년간의 준비끝에 이 협회는 올해 발족했으며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협회를 통해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모다 '펀 러닝 협회(Fun Learning Association)'를 만들었다.
방과후 학습을 통해 교육이 부족한 지역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나의 바람은 그들이 배우고 그들이 가진 가능성을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라며 "늘 사람들이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돕는 세상을 꿈꿔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