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지 할아버지가 세계 최대 IT국제자격증 센터인 서티포트(CERTIPORT)에서 받은 '평생교육성취상'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유재석 기자 |
올해 92세인 커진지 할아버지는 90세에 마이크로소프트 MOS시험에 합격해 세계 최대 IT국제자격증 센터인 서티포트(CERTIPORT)에서 '평생교육성취상'을 받았다.
까막눈이었던 그가 7년 만에 컴퓨터 고수가 된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로 보고 싶은 일본 소설을 검색해 자기 전 한 시간씩 읽는 것이 일상이 됐다. 기술이 생활의 수준을 높여준 것이다.
그는 현재 대만 가오슝 치산의 한 시골에서 바나나 농사를 짓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이 가난해 더이상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만사람인데도 일본어가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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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산 공무원들이 마을회관에 농부들을 모아놓고 교육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처음엔 무슨말인지 몰랐단다.
"분명 공무원이 대만말을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컴퓨터가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동료들이 내가 나이가 많다고 나더러 반장을 하라고 하더라고. 처음에는 공부하기 싫었지. 글도 모르는데 컴퓨터는 무슨 컴퓨터야."
하지만 할아버지는 반장이 된 사명감 때문에 수업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반장이 안하는데 누가 수업을 들으러 가겠어. 배우고 싶은 사람도 있을텐데 농촌사람들은 부끄러움이 많아서 누가 먼저 안 하면 먼저 나서는 성격이 아니거든. 그래서 반장인 내가 솔선수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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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다 외우고 집에 오니 또 머리가 백지가 됐어. 농사 지으러 가서 땅 위에 수십번을 쓰면서 복습했다고."
두 번째 시간은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이름을 입력해보라는 거야. 나 참... 자판에는 영어랑 주음부호(대만어 발음기호)밖에 없는데 난 둘 다 모르거든. 까막눈이지. 부수로 입력을 하는 방법이 있어서 그걸로 입력하긴 했는데 이름 석자 컴퓨터에 쓰는데 6시간이 걸렸지 뭐야."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단다.
"어느날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영어로 된 이상한 글자들이 막 뜨더라고. 내가 뭘 잘못 눌러서 이 비싼 컴퓨터가 고장난 게 아닌가 무서워지더라고.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울먹거리며 이야기했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라고 하더라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를 다독여 줬는데...... 그래도 그때는 진짜 무서웠어."
이렇게 매 수업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그는 한번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없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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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젊은이들에게도 조언했다. "목표를 가지고 성취하고 또 다른 목표를 만들고 살아가면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만족하며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야. 그게 바로 '잘 사는 법'이지."
그는 지난해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컴퓨터응용기술대회'에도 참가했다. 상은 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연습하면서 내가 잘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단다.
"나는 내가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늘 노력하고 연습하거든."
이제 그에게 22년 전 아들이 사준 컴퓨터는 밥숟가락만큼이나 자주 쓰는 일상용품이 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