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대만 경제위원회 천샤오홍 부위원 “대만 연금개혁 핵심은 평등과 지속성”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806035

글자크기

닫기

추정남 기자

승인 : 2013. 05. 06. 11:46

*[희망100세] 고령화 극복, 대만에서 배운다 ④대만 연금개혁, 어디로 가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45세가 넘으니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힘들더라구요. 아이들도 젊은 선생님들을 더 좋아하고... 그래서 47세에 은퇴했어요. 사실  대만은 교사와 군인, 공무원들의 소득대체율(연금 수급액을 전체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80~100%정도라 일을 해도 안해도 받는 돈이 똑같아요. 그래서 생활고 때문에 일을 계속한다는 개념은 없어요."<56세 린샤오밍씨>

#저는 군인이에요. 평생을 군인으로 살면서 군인연금을 들었죠. 군인들은 40세 넘어가면 총칼을 들고 싸운다는 게 힘들죠. 그래서 승진을 하지 않는 이상 40대에 퇴직을 하죠." <67세 장후이민씨>

#저는 25년을 공무원으로 일했는데 30년 동안 연금을 받아요. 저 스스로도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이 낸 세금을 하는 일 없이 과하게 받는다는 생각도 들구요. 일하지 않으나 일하나 비슷한 돈을 받으니 누가 일을 하겠어요?"<49세 진지밍씨>

#저는 정보기술 기업에서 15년간 일을 했죠. 30세에 취직했는데 10년 넘게 일하니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구요. 여행이나 하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사표를 냈어요. 친구들을 봐도 노동연금이 많아서 크게 살기가 어렵지는 않더라구요."<52세 리우징샹씨>

대만의 한 노인이 국립음악당 지하 춘수이탕 앞 벤치에 쓸쓸히 앉아있다. 사진=채진솔 기자

지난 1월 마잉주 대통령의 담화로 시작된 대만 공공연금 개혁은 노동보험과 공무원,교사, 군인 연금의 개인적 부담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수령액은 낮추고, 수령시기는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먼저 국민연금 성격의 노동보험은 소득의 8%를 내는 개인부담 비율을 해마다 0.5%씩 올려 2036년에는 19.5%가 되도록 조정했다.

소득대체율은 30% 정도로 낮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공무원들의 현행 90% 정도 소득대체율은 형평성을 고려해 상당 비율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 대대적인 연금개혁에 나선 이유는 한국과 같다. 연금 기금이 고갈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기금이 고갈돼 가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대만의 경우 중장년층이 너무 빨리 퇴직을 하는 것이 기금 고갈의 가장 큰 이유다. 

대만 경제건설위원회 천샤오홍 부위원이 대만의 연금개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진솔 기자
"대만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퇴직을 하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소득대체율이 높기 때문에 일찍 퇴직을 하려고 하죠. 법적으로는 65세가 퇴직연령이지만 평균적으로 55~60세가 되면 퇴직합니다. 90세까지만 산다고 해도 30~35년간 국가와 일하는 자녀들이 이들을 부양해야 합니다. 100세 시대라는 단어가 무섭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지난 달 22일 대만경제건설위원회 본관에서 만난 천샤오홍 부의원(차관급)은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대만이 연금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군인과 교사, 공무원의 소득대체율은 75~95%이고 일부는 100%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회사원들은 50~70%죠. 일하는 건 똑같은데 차이가 이렇게 큰 건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죠. 직업간 불평등 뿐 아니라 세대간 불평등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60만명입니다. 2050년이 되면 3배가 되죠. 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1730만명에서 960만명으로 줄어듭니다. 젊을 수록 더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하고 더 많은 돈을 내야 하죠. 이번 개혁은 이런 불평등을 평등하게 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입니다."

천 부위원은 두번째 목표로 지속성을 들었다.

"지금 상태로 가면 노동연금의 경우 2018년 수입과 지출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9년 뒤 완전히 고갈됩니다. 960만명의 노동연금 가입자들의 연금증서가 휴지조각이 되는거죠. 군인연금은 2019년, 공무원연금은 2021년, 교원연금은 2016년 파산합니다. 연금제도 자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혁이 불가피 합니다."

일찍 퇴직하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도 있다.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년수 이상 일을 해야 합니다. 대만의 고질적 문제인 조기퇴직을 막기 위한 조치 중의 하나죠. 그래서 현재 나이와 일을 계속한 연수를 합해 90 이상이 되는 시점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천 부의원은 "소득불균형에 따라 연금에 대해 차등을 둘 필요도 있다"며 
"소득 4만9000달러를 기준으로 연금을 차등해서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고령화를 겪는 모든 국가에 해당하지만 방법은 다 다르다면서도 "서로 개혁의 방법을 공유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시민들에게 들어본 대만 연금개혁의 교훈

1."대만은 복지가 잘돼 있는 나라라고 많이 부러워했었죠. 상황을 들어보니 퇴직 후에도 지금 월급 그대로 준다면 너무 좋을 거 같네요. 그런데 바로 그게 함정인것 같아요. 우리도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복지 공약이 문제가 된 적이 많았는데 재정 상태를 고려한 복지가 돼야 할 것 같아요." <39세 김진영씨>


2."불평등을 평등하게 해야 한다는 데는 동감해요. 저도 공무원 연금의 적자를 조세로 매워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좀 그랬거든요." <28세 김철호씨>

3."사람들이 일찍 퇴직해서 문제라는 게 한국과는 다른점이지만 해결책은 같지 않을까요? 대만도 정년을 연장해야 하고 우리도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게 답이니까요. 우리나라도 65세에 퇴직은 하지만 그 사람들이 더 일해줘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로 정부에서는 노인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51세 박정호씨>


4.소득불균형에 따라 연금에 차등을 둔다는 것에 동의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겠죠." <47세 박혜미씨>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추정남·채진솔·유재석 기자 hope100@
추정남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