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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그랜드 라이더스, 대만 시니어 부활의 신호탄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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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기획팀 기자

승인 : 2013. 05. 05. 20:01

*[희망100세] 고령화 극복, 대만에서 배운다 ③달려라! 그랜드 라이더스...부활하는 대만 시니어
노인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대만을 점령했다. 그랜드 라이더스가 대만사회에 미친 영향은 거대했다. /사진=혼다오 재단 제공
아시아투데이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 = "당신이 80세를 살아보지 않았다면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내 고통은 나를 퇴물 취급하는 시선이다. '병원'과 '부양', ‘사회의 짐’ 같은 부정적 단어들이 우리의 나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여기 평균연령 81세 17명의 노인은 13일의 도전을 통해 1178km의 대만 일주를 마쳤다. 대만을 돌아보며 내 인생을 돌아봤고 내 상처를 치유하며 대만 사회를 치유했다."

▲불가능했던 시작

세계를 울린 그랜드 라이더스의 이야기는 한 젊은 여성의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2006년 혼다오 재단을 이끌고 있는 린이잉 이사장(40)은 문득 중국 희망소학교의 ‘대장정을 사랑해요’라는 공익 활동에서 백발이 성성한 71세 할머니가 300여일동안 8000km의 장정을 성공했고, 나중에는 중국서 일본 도쿄까지 걸어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랜드 라이더스 조직을 결심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신청을 했고 참여자를 선별하는 작업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택된 17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당시 2명은 암에 걸린 상태며 4명은 보청기가 없으면 말을 인식하지 못했다. 5명이 고혈압, 8명이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심지어 모두 관절퇴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랜드 라이더스 부대가 대만의 한 도로(수화공루)를 질주하고 있다. /사진=혼다오 재단 제공
이들의 대만 일주는 출발부터 불가능해 보였다.

▲'내 상처를 치유하고, 대만사회를 치유하는 시간'

문제는 첫날부터 발생했다. 단장인 라이칭엔 할아버지의 위궤양과 신경통이 생각보다 심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병원에 입원했다. 침실에 누운 그는 울었다. "나는 할 수 있어요. 제발 하게해줘요." 그가 우는 이유는 아파서가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호소였다.

"때때로 젊은 사람들은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해요. 우리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은 채 그들의 기준에서 우리가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는 그 뒤로 한 번 더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완주를 끝냈다. 그리고 몇 해 뒤 사망했다.

함께 참여한 16명의 그랜드 라이더스는 그의 장례식에서 말했다. "단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한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랜드 라이더스 라이칭엔 단장 /사진=혼다오 재단 제공
몸이 아주 건장한 국민당군 더위 할아버지는 졸다가 큰 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13일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렸으니 졸린 건 당연하다.

하지만 더위 할아버지는 "괜찮아"라는 말로 사고를 마무리했다. 그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대장정에서 라이칭엔 단장과 제일 친한 동무가 됐다.

하지만 그들이 60년전에 만났더라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을지도 모른다.

60년전 더위 할아버지는 국민당군, 라이칭엔 단장은 일본군 자살특공대(가미가제)였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나. 한번 웃고나면 분노와 아픔은 사라지는 거지. 쑨치즈란(其自然:자연스러움을 따른다)이라는 말 아나? 원한은 세월이 지나면 퇴색되는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는 80대의 나이에도 100세 선생님께 갑골문을 배우는 열혈 학생이기도 하다. "이 나이에 무슨 갑골문 공부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 왜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하고 싶으니까 한다고 말하지. 하고 싶은대로 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덕옥 할아버지, 그는 60년 전 국민당군으로 일본군과 싸웠던 역전의 용사였다. 할아버지는 그때의 열정을 갖고 대만 일주에 참여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진행 스태프들의 제지가 들어왔고, 이 할아버지는 너무나 느린 속도에 지쳐 졸음 운전을 하다가 땅에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사진=유재석 기자
참가자 중 유일한 여성은 전잉메이 할머니다. 심장과 위에 암 덩어리가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피부가 곱고 건강해 보였다.

"건강은 어떠냐고 물었어? 내 얼굴을 봐. 어떤지. 대만 일주를 하고 나서 세계적인 스타가 됐어. 난 무대 체질인가봐. 유명해 지고 바쁘게 살아가니까 암도 물러가더라고."

그의 옆에는 항상 남편인 장홍따오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사실 너무 젊어 이번 일주에 참가할 수 없었는데 할마니를 보살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멤버로 들어왔다.

"이번 일주를 통해서 부인과 제2의 허니문을 보냈죠. 돌아오고 나서는 1주일에 한번 꼭 바깥에서 데이트를 해요. 밖에서 거닐며 이야기를 하는게 낙이됐죠."

그랜드 라이더스 일주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장홍따오 할아버지(왼쪽)와 전잉메이 할머니 /사진=채진솔 기자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부인의 흑백 영정사진을 오토바이 뒤에 걸고 다니던 허칭동 할아버지다. 그는 과거에 부인과 함께 대만일주를 했는데 그때 부인과 "다음에 다시 한번 대만을 함께 돌아보자"는 약속을 했단다.

부인은 죽었지만 그는 부인과 그 약속을 지켰다.

장홍따오 목사는 그에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항상 오토바이에 아내의 흑백사진과 꽃, 그녀가 생전에 입던 옷을 넣고 다녔죠. 아내는 이미 세상에 없지만 그는 항상 아내와 함께 있다고 말해요. 저도 부인과 함께 이번 투어에 참가했죠. 그를 보며 아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할까요? 지금 우리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건 그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허칭동 할아버지는 오토바이에 언제나 아내의 영정을 걸고 달린다.        /사진=혼다오 재단 제공
▲세계를 울린 그랜드 라이더스

2007년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그랜드 라이더스는 대만 23개 극장에서 상영됐고 9주 동안 3000만 대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홍콩과 미국에서도 방영돼 큰 파장을 불러왔고 2012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다큐멘터리 특별전에 상영됐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이들의 도전에 감동받은 시니어들이 매년 대만에 모여 대장정을 기획하고 있으며 '부라오치스(늙지 않는라이더)'라는 이름의 국가 단위 행사가 됐다.

이제 그들은 불가능과 절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전도하고 다닌다. 홍콩이든 미국이든 그들이 가는 곳에는 늘 도전하는 시니어들로 가득하다.

더위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이제 한국도 함께 가자!(一起走)"

대만 일주 당시 그랜드 라이더스의 일원들 /사진=혼다오 재단 제공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추정남·채진솔·유재석 기자 hope100@
100세시대 기획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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