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건강국 치우수티 국장이 대만의 고령친화도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진솔 기자 |
아시아투데이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허리춤에 만보기를 달게 하고 가장 꾸준히 많이 걷는 시니어에게 상을 주면 어떨까요? 상을 받으려고 너무 많이 걸어서 병이 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
지난달 27일 만난 대만 국민건강국 치우수티 국장은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해서 시니어들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아이디어 뱅크인 치우 국장은 정부가 정책을 제안하고 운영은 민간영역이 할 수 있도록 고령친화도시를 계획한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며 이것이 정부는 재정을 탄탄히 하고 기업은 이윤을 남기고 시니어는 완벽한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복지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대만 노령화의 가장 큰 문제를 조기 퇴직으로 꼽았다. 대만의 평균 퇴직 연령은 60.4세. 평균 수명과는 15.5~22.2년 차이가 난다.
노령화는 급속히 진행되는데 노동인력은 일찍 퇴직하고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을 부양해야 한다.
퇴직 후에도 일할 때 받던 월급과 거의 똑같이 받는(소득대체율 90~100%) 교원과 군인, 공무원은 40~50세에 거의 퇴직하기 때문에 사실 정부의 부담은 수치보다 더 크다. 국가 경쟁력이 무너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치우 국장은 "2010년 퇴직한 5만여명 중 57.5%는 55~64세에 퇴직했고 나머지 30%는 45~54세에 일을 그만뒀다" 며 "우선 퇴직 후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야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니어를 집 밖으로...'
이들을 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가장 먼저 할일은 우선 집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대만 국민건강국은 매년 다른 주제로 이들과 함께 창의력 대회를 연다. 대회를 개최하고 1년간의 연습기간을 통해 작품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건강 101, 모두 일어나라'라는 주제로 전국대회가 열렸고 북부에서는 이란현의 음악밴드가, 남부에서는 펑후지역의 농촌음악밴드가 1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음악밴드가 1위를 차지했지만 춤 등 다른 종목으로 참가하는 지역 단체들도 많다.
창의 대회는 첫 해 3만명이 참여했다. 그 다음해 정부에서는 5만명을 목표로 잡았는데 7만명이나 참여했고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올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치우 국장은 "이런 대회를 참여하는 사람이 있겠냐는 반응이 많았다"며 "하지만 누군가가 이끌어주지 않아서 그렇지,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은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또 "대회를 준비하면서 서로 도와주고 그 속에서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교통편의시설 확보와 지역 병원 활성화를 동시에 '윈윈'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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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 국장은 "연습을 위해 자주 나오려면 교통비와 노선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시골의 경우는 마을 버스만 운행되는 곳이 많고 정류장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만 국민건강국은 병원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앰뷸런스를 마을버스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시니어들이 자주 가는 시장과 동사무소, 마을 회관에 정류장을 만들고 앰뷸런스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들은 이동시켜 준다.
치우 국장은 "베이비부머들은 보통 하나 둘씩의 병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병원은 이들을 태우고 다니면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이 힘든 지방의 중소 병원들은 경쟁적으로 이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시니어 산업이 '금빛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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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 국장은 "독일의 경우 슈퍼마켓 판매원을 베이비부머들로 바꾸고 난 뒤 판매율이 25% 성장했고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베이비부머 전용 상품들이 수없이 쏟아진다"며 "시장성을 보고 정부가 시니어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로 베이비부머 전용 상점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직원을 베이비부머로 고용함으로써 이들의 고용도 촉진시킨다는 방침이다.
지금 대만의 백화점에서는 시니어 전용상점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살률 낮추고 건강 챙기는 새로운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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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대만 건강국은 각 시와 현에 지시해 아주 작은 행정단위까지 베이비부머들과 시니어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었다.
보통 1끼에 30~50 대만달러를 받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데 혼자 사는 시니어들이 끼니를 걸러 건강이 악화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했다.
치우 국장은 "이 정책을 시행한 후 자살률이 크게 떨어졌다"며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이 정책의 기능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경우 건강보험에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는데 이런 정책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서 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치우 국장은 "이제 대만은 황금빛 인생을 살아가는 시니어들이 만드는 '금빛 경쟁력'을 가진 국가로 불릴 것"이라며 "다시 아시아의 4마리용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100세 특별 취재팀=추정남·채진솔·유재석 기자 hope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