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100세시대 기획팀 = # 대기업에서 정년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김기영(54)씨는 요즘 퇴근시간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김씨만의 '놀이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은퇴 후 귀농을 계획하고 있는 김씨는 요즘 동네 목공소에서 생활목공을 배우고 있다. 아직은 도면 그리는 법을 배우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선반, 탁자, 서랍까지 만들 수 있는 전문 목수가 다 됐다.
선생님이 목공소에서 못과 망치로 멋진 선반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김씨는 오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도면 그리는 법을 배운다. 언젠가 나도 진짜 목수가 돼서 나만의 원목 책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강북구 마을 공동체인 '삼각산 재미난 마을'의 마을목공소에서 목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훈(45)씨가 생활목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채진솔 기자 |
마을목수공작단을 만들고 운영중인 이상훈(45)씨는 "은퇴를 앞두고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생활목공을 많이 배운다"며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로 내려가면 대부분의 것들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귀농뿐 아니라 목공을 취미로 배우고 싶어하는 베이비부머들도 많다. 평균 10년 이상 회사를 다니면서 사무직을 주로했던 베이비부머들이 나이가 들면서 역동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목공일은 직접 나무를 만지고 재단도 해야 해서 머리와 몸을 많이 쓴다"며 "오랫동안 앉아만 있어 피로도가 높은 베이비부머들에게 목공일이 정서적, 신체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요즘에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취미로 목공을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만의 작업실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이상훈씨가 마을목공소에서 책상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꺼내고 있다. /사진 = 채진솔 기자 |
2011년 5월 문을 연 마을목수 공작단은 강북구 마을공동체인 '삼각산 재미난 마을' 안에서 만들어진 동아리다. 평소 생활목공에 관심이 있던 마을 주민들 11명이 모여서 자리를 잡고 기계도 사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휑하던 목공소였으나 지금은 전기대패와 마스트컷, 각종 목공전문기계 등 거의 3000만원에 달하는 기계들까지 들어왔다.
현재 목공소는 1주일에 5개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평일 오전반, 오후반, 주말반이 운영되고 있다. 8주 과정에 한 번 수업당 3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직장인이나 주부 등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패턴을 고려해 전부 다른 시간대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을목공소에서 지금까지 생활목공 교육을 수료한 인원은 160명 정도 되며 인터넷에 모집글을 올릴 때마다 금방 마감될 정도로 동네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다.
동네 상점에서 필요한 작은 선반이나 탁자 같은 것을 의뢰받아 만들어주기도 하며 마을주민센터에서 동네 주민들이 모여 하는 연극 극단 무대를 만들어주는 등 동네 주민들과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목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훈씨는 삼각산 재미난 마을 운영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목송소에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 부모들과 함께 하거나 아빠와 아들, 딸과 엄마가 함께 하며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해 벤치를 만들어 동네에 기부하기도 한다.
이씨는 "목공소는 내가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라면서 "은퇴한 뒤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재미있게 하고 싶은 사람,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싶은 사람들에게 생활 목공을 추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