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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택시장, 낙관도 비관도 정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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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3. 03. 14. 13:53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박사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박사
2013년 들어서도 수도권 주택가격은 내리막이다. 반면 전세가격은 계속 치솟아 모든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이렇듯 시장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표적인 공급지표인 2012년 주택 인허가는 59만호라는 놀라운 숫자를 기록하여 시장 분석가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민간 주택수주액은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주택지표들은 제각기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다른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고 수도권 주택시장은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오리무중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견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현상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이런 능력의 순기능은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주체할 수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미가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그동안 숨겨져 있던 새로운 관계나 현상을 발견하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역기능의 오류는 무서운 재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양한 지표들의 방향성을 무시한 채 보고 싶은 지표만 선택하고 스스로가 원하는 시장이나 현상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면 다양한 경고음이 있었지만 무시한 서브프라임 사태나, 인재로 드러나는 자연재해 이후의 안전 불감증과 같은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저가 매물이 줄어들면서 시장회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나 수도권 외곽의 미분양에 대해 눈을 감으면 명확한 시장회복에 대한 신호다. 다른 한편에서는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여전히 하락을 지속하고 있는 주택가격과 선진국 대비 낮은 가격 조정폭을 고려하여 추가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2012년 12월 수도권 아파트가격은 실거래가격지수를 기준할 때 최고치 대비 15%의 가격 조정이 이루어졌다. 

단순하게 미국 S&P지수의 가격 조정폭인 35%를 쌍대비교하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국은 17% 조정에 그쳤고 캐나다는 9%에 그쳤다. 

보다 면밀히 들어가서 미국지표도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중위가격대의 주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주택기업감독청(FHFA) 가격지수로는 20%대로 가격 조정폭이 상당히 낮아진다. 단순 비교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3년 주택시장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렇듯 앞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주력변수를 봐야 한다. 산발적으로 전개되는 변수들의 움직임으로 시장을 해석하게 되면 주류적인 흐름에서 벗어나게 된다.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거래량은 감소하고 미분양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미래를 손쉽게 낙관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거시경제와 새정부의 역할에 무게중심이 실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시경제 회복이 앞에서 끌어주고 새정부가 효과적으로 부실처리를 맡아준다면 2013년 주택시장에도 분명 기회는 존재한다. 하지만 거시경제 회복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새정부로서는 떠맡고 싶지 않는 부실처리를 외면한다면 지지부진한 현재의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최근 들어 주택시장의 중장기적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큰 이야기는 많지만, 현재의 부실과 단기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나 정책 제시는 미흡한 실정이다. 

중장기적 이야기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멋지게 할 수 있지만 단기적 정책은 오히려 뾰족한 해법은 없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꿈을 꾸는 것이 데이터 마이닝의 영역이라면 단기적 문제는 다양한 지표들을 냉철하게 보고 현실적인 해석이 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중장기적 큰 그림도 필요하지만 단기적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처럼 앞이 보이지 않을수록 데이터 마이닝보다는 근면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긴 침체의 터널 속에서 지나친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회복과 함께 시장회복을 위한 묵묵한 일꾼으로서의 새정부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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