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강력한 억지정책”, 중 “경제제재 효과 없을 것”, 러 “핵 보유국 한목소리 중요”, 일 “북 핵포기 가능, 인센티브 줘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에 적색등이 켜졌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한·미·중·일·러 6자회담 참여국의 전문가들은 1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 핵포럼 2013’에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의견을 밝혔으나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각 나라들의 견해를 엿볼 수 있었다.
한국 측 패널로 나선 최강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핵 문제를 외교로 해결한다는 것은 희망사항”이라며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가라는 것을 바탕으로 핵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군사 외교 경제, 다양한 외교방법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한다”며 “강력한 억지정책을 기반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핵능력을 확보하려 들 것이며, 문제는 충돌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할 역량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엔도 테츠야(遠藤哲也)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핵 보유국가로 하여금 핵무기나 핵미사일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유엔과 각 개별 국가들은 서로 공조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도 선임연구위원은 1990년대 초반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의 일본측 대표를 지낸 바 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왜 핵무기를 보유하려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부족한 재래식 군사력을 지원하기 위한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핵 능력과 미국을 협상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한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국제사회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부무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희망을 갖긴 어렵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아무도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강행하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이 어떠한 거대 전략을 바탕으로 (핵프로그램을 운용)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측 패널로 나선 양위 전 중국국방대 전략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양 연구소장은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중국이 침묵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확실히 비난했다”며 중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경계했다.
그는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대북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한다”며 “경제 제재를 강력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북한이 경제 제재로 인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희망”이라고 했다.
러시아측 패널로 나선 바실리 미헤예프 러시아 IMEMO 부소장은 “북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아닌 북한을 어떻게 무장해제를 할 것인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까지 북한이 핵폭탄을 만든 단계로 판단하진 않지만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미헤예프 부소장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북한의 정권을 바꾸고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면서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미·중·러 등 핵보유국가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양은 긴장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을뿐더러 미·중·러간 이해관계 충돌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핵 보유 국가간에 군사적 협력 등을 통해 집단적인 메시지를 보내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윤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