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문연배 기자 = ‘팔색조 배우’란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지난 2007년 데뷔 후 사극, 현대극, 가족극, 멜로, 로맨틱 코미디 등 작품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문채원. 그는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에서도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올리며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칼바람이 맹위를 떨치며 전국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지난 1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문채원은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줄 만큼 아름다운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문채원은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 인터뷰로 다소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영하 5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야외 사진 촬영을 자처하는 등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오히려 “이 추운 날씨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쉬지도 못하고 인터뷰를 하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착한 마음 씀씀이를 내비쳤다.
“인터뷰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팬들과 기자님들 등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촬영을 마치고 일주일만 쉬고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는데 스태프들이 출장을 가셔서 조금 늦어졌죠. 쉬는 동안 군대에 간 남동생을 면회도 갔었고 꼭 보고 싶었던 영화도 세편이나 내리 봤어요.”
비록 드라마는 3개월 여간 방송됐지만 문채원은 6개월여 전부터 대본을 손에 들고 캐릭터을 준비했다. ‘착한남자’에서 문채원은 1인 2역과 다름없는 캐릭터 서은기를 연기했기 때문. 극 초반의 서은기는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어머니를 밖으로 내몬 아버지의 여자 한재희(박시연)에 대한 증오와 독기가 가득 찬 냉철한 캐릭터였다. 또 후반의 서은기는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갖고 천진난만한 인물이었다.
“멜로 보다는 캐릭터가 맘에 들어서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한 드라마에서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잖아요. 초반의 서은기는 겉은 여자지만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갖고 있는 매력을 갖췄죠. 그동안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어요. 또 후반에는 기억상실에 걸리면서 너무나도 순수한 서은기로 변신해요. 두 가지를 연기한 것은 즐거운 모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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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이렇게 캐릭터에 끌려 작품을 선택한 문채원은 촬영을 진행하면서 잠꼬대로 대사를 중얼거릴 정도로 서은기 캐릭터에 푹 빠져 있었다.
“아무래도 초반의 서은기는 독기서린 모습과 많은 대사량 등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연습이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연습밖에 없었죠. 잠꼬대까지 대사를 중얼거릴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기억을 잃고 나서의 서은기가 더 어려웠어요. 그동안 푹 빠져 있었던 캐릭터를 벗어나는 것도 힘이 들었고 또 이상하게 대사 자체가 잘 안 외워 졌어요. 오히려 대본은 더 짧았는데도 말이에요.”
문채원은 상대배우 송중기와의 호흡을 묻자 데뷔 후 처음으로 또래와 연기해 봤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선배들과 작품을 하면 드라마 상황 상 농담을 건넨다는 등 말을 붙이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송중기씨랑은 비슷한 또래고 하니까 편하게 상의도 많이 하고 영화도 아닌데 대본을 읽으며 습관처럼 맞춰보곤 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중기씨가 협조적이고 배려심 있게 해줬어요. 그리고 한 살 차이인데 굉장히 어른스러웠어요. 아마 여동생이 있으셔서 그런가 봐요.”(웃음)
극중 강마루(송중기)는 본성은 착하지만 서은기(문채원)에게는 복수의 목적을 갖고 거부할 수 없는 ‘나쁜 남자’의 매력을 뿜으며 서은기의 마음을 훔친다. ‘나쁜 남자’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착한남자가 좋아요”라고 강조했다.
“제가 짙은 멜로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작품을 하다보면 나쁜 남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싹 없어져요.(웃음) 요즘 드라마 등에 나쁜 남자 캐릭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착하다는 표현자체가 매력이 없는 것처럼 왜곡되는 듯해 안타까워요. 착하다는 정의를 일깨워주는 저희 드라마를 통해 착하다는 표현이 제대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문채원은 지난해 연말 드라마 ‘공주의 남자’와 영화 ‘최종병기 활’로 ‘2011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과 2011년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등을 휩쓸었다.
“지난해 정말 큰 상을 주셔서 감사했어요. 데뷔 때부터 상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었지만 상의 의미에 대해 잘 알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상은 받으면 과분하고 감사하고 기쁜 것은 맞죠. 하지만 부담으로 느끼면 의미가 빗겨나가는 것 같아요. 상을 받으면 책임감이 생겨요. 그 보답으로는 열심히 활동하는 것 밖에 없죠. 늘 용기 있게 도전해서 열심히 활동하며 그동안 받고 있는 사랑을 보답할 수 있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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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