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재개발시장이 답답한 한해를 보냈다. 떨어지는 지분가와 사업지연으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탓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재개발 지분가는 3.3㎡당 서울이 2458만원이다. 경기가 1508만원, 인천이 1162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에서 3% 내렸다.
마포구 합정·성수지구, 강동 천호뉴타운, 종로 돈의문뉴타운, 영등포 신길뉴타운 등 주요 정비사업장은 올 한해 지분가가 무려 5∼10% 가량 빠졌다. 과거보다 낮은 수익성에 사업추진 여력마저 떨어졌다. 수도권 정비사업이 하향 안정화로 굳어지는 원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관망세는 더 짙어졌다. 전면철거 방식 지양을 골자로 한 '정비사업 신(新)정책구상' 발표 이후다.
뉴타운 출구전략 등 정비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됐다. 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내년 역시 재개발 시장은 고난의 한해가 될 전망이다.
◇ 재개발 사업장 '양극화' 심화
올 한해 재개발 시장을 요약하는 말은 '위축'이다. 4·11총선과 5·10, 9·10 대책을 겪으며 굵직한 부동산 이슈들이 나왔지만 미동도 안했다. 세금 등 규제완화책에도 지분시장 거래침체는 여전하다.
다만 사업시행인가 후 사업장은 거래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이 가시화되자 "될 곳은 빨리 하는 게 낫다"는 심리가 반영됐다. 정비사업 구조조정 구체화로 사업초기 대상과 중기 이후 사업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광진구 자양4재정비촉진지구 인근 공인관계자는 "사업시행 인가 고시 후 거래에 대한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내년 상반기 관리처분 인가가 나면 이주 및 철거가 본격화되기 때문에 사업추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고 말했다.
서울권 실태조사 대상 610곳 중 정비구역이 해제된 곳은 성북구 안암동, 관악구 봉천동, 중랑구 면목동 재개발 정비예정구역 3곳이다. 조합설립이나 사업시행 인가 이전 초기 사업장에서 실제 구역해제가 추진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투자를 한다면 사업인가, 관리처분, 이주 및 철거 등 사업 마무리가 기대되는 곳을 중심으로 대상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 갈길 먼 구조조정, 매몰비용 부담이 이슈
정비사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답보상태에 빠진 뉴타운사업에 출구를 터주고 전면철거 개발을 지양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매몰비용 부담과 관련된 주민 및 지자체 반발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찮다.
서울권 실태조사 사업장 중 선별작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구조조정 절차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구역해제에 따른 매몰비용 부담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 간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해제구역 추진위 매몰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이 인정하는 서류가 있는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해 실제 매몰비용 지원 비율은 50% 안팎이다.
특히 조합설립 취소의 매몰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는가가 문제다. 조합설립 인가 이후 사업장은 사업이 일정단계 이상 진행돼 투입된 비용이 크다. 비용부담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주민 반대로 구조조정이 난관에 봉착할 공산이 크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설립 이후 사업장이 구역 해제될 경우 어떻게 매몰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는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역해제에 따른 민(民)-(民) 갈등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경기도의 경우 주민 반대비율이 확보돼 사업취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뉴타운 찬성 주민 반발이 거세다. 무조건 빠른 구역해제를 목표로 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천뉴타운 지구의 한 관계자는 "사업성이 정말 없다면 구역을 해제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사업취소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 대안을 먼저 마련한 뒤 합의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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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표 사업장인 한남뉴타운지구. 2구역 등이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