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2시간여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양당이 합당한 뒤 통합 정당의 대표를 맡아 달라는 정 후보의 제안을 박 대표가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들의 회동에 앞서 한 인사는 정 후보에게 ‘이번이 박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 그에게 총리직을 제안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한나라당 일각에서 ‘최초의 여성 총리론’을 운운하며 당 선출직 부총재를 지낸 박 대표에게 꾸준히 ‘복당 구애’를 벌이는 상황을 감안, 선제적으로 총리직을 제안하는 등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야 그를 설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정 후보에게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정 후보는 끝내 ‘미래의 총리직’이 아닌 ‘현재의 대표직’을 제안, 한 달여 뒤 이들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의 명예선대위원장과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조우하게 된다.
#2.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2007년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인 그해 11월 7일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세 차례 찾았다. 자신에 대한 지지표명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이 전 총재는 그해 12월 12, 14, 16일 등 세 차례 박 전 대표의 집 앞에서 장시간 대기했지만 설득은 고사하고 그와의 만남 조차 성사시키지 못했다.
무소속으로 대권 삼수에 도전한 이 전 총재는 결국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 그해 대선에서 자신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득표율(15.07%)을 얻는데 그친다.
#3.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11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를 자신의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보다 5일 앞서 진행된 단독 회담에서 박 후보가 정 전 대표에게 제안했던 선대위 의장단 보직 보다 한 단계 높은 자리인 공동선대위원장직 부여를 약속, 결국 정 전 대표 모시기에 성공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박 후보 선대위에 참여할 의사는 있었지만 박 후보가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선대위 의장단’ 보직을 거론하자 심기가 매우 불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히 10년 전에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예우가 부족하다’는 상황과 공수만 뒤바뀐 채 똑같이 연출된 것이다.
이에 박 후보가 단시일 내에 정 전 대표에게 보직을 수정 제안, 결국 이들이 ‘같은 목표’를 갖게 됐다.
#4.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4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로 결심했다”며 이 같이 밝히고 입당 절차도 마무리 지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는 좌파정권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을 안고 있다”며 “미력하지만 저의 온 힘을 다해 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의 ‘박근혜 지지 선언’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강했다. 그와 가까운 박선영 전 의원이 앞서 박 후보의 북한인권 특보로 임명되면서다.
박 전 의원이 합류하면서 자연스레 이 전 총재의 복당 가능성이 점쳐졌고 결국 그 예측이 현실화된 것이다.
#5. 좀처럼 같은 뜻을 지니지 못했던 ‘정치인 이회창·박근혜·정몽준’이 24일 비로소 ‘한 배’를 탔다. 지난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앞선 대선 결과가 말해주듯 이들의 분열은 이들 각자가 진정 원했던 ‘대권’과의 괴리를 가속화시켰다.
이들의 통합이 대선 승리를 보장할지 여부는 정확히 25일 뒤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