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 이수연 역 김소현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최근 아시아투데이 본사를 찾은 아역배우 김소현은 MBC 새 수목드라마 ‘보고싶다’(극본 문희정 연출 이재동)에서 살인자 딸 이수연으로 활약, 짧지만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행복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김소현이 말하는 '슬픔과 증오, 그리고 설렘'
김소현은 불과 5회 출연에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다면적 캐릭터 이수연의 기쁨과 슬픔, 설렘과 증오를 아역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완벽히 소화했기 때문. 특히 그녀의 눈물 연기는 무뚝뚝한 오빠 팬들의 눈물샘마저 자극했다.
“1, 2회 때는 예쁜 장면이 많아서 보면서 두근거렸는데 3, 4회 때는 진구 오빠가 우는 장면들을 보니까 정말 슬프더라고요. 제 우는 연기요? 피해자 가족이 찾아와서 저희 가족에게 해코지를 할 때 100% 몰입했어요. ‘내 자식 살려내라! 같이 죽자!’는 소리를 직접 들으니까 수연이의 처지가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럽더라고요. 그 장면 찍으면서 계속 눈물이 났는데 촬영 끝나고는 바로 제자리로 돌아와서 맛있게 밥 먹었죠.(웃음)”
‘보고싶다’는 화가 나고, 그래서 더 슬플 수밖에 없는, 유독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지난 3회에 등장한 이수연의 성폭행 장면이 그것. 아동 성폭행 소식이 뉴스를 통해 많이 나오는 이때, 이 장면은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성폭행 장면이요? 감정의 전후를 연기를 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감독님도 말씀하시기 조심스러우셨는지 현장에 있던 엄마를 통해 말씀을 전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은 잠도 못 주무실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어요. 작가님도 그러셨고요. 근데 요새 사회에 이런 일이 많잖아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럼에도 극중 한정우(여진구)와 이수연이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은 20~30대 시청자들에게는 학창시절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순수했던 동심을 추억하게 하는 메신저가 됐다. 더욱이 버스 안에서의 열다섯 두 남녀의 아름다운 짧은 첫키스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장면 찍을 때 저와 진구 오빠, 스태프 분들만 있었는데 버스가 워낙 좁아서 잘 안 되더라고요. 근데 전 자고 있는 설정이어서 더 어려웠어요. 덕분에 NG를 많이 냈죠. 리허설 할 때도 카메라 감독님이 해보라고(?) 시키셔서 ‘네? 진짜 해봐요?’라고 물었더니 ‘해봐야지 그럼!’이라고 너무 당연하게 말씀하셔서 둘이 어쩔 줄 몰라 하고…전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오빠가 더 민망했을 걸요?(웃음) 오빠가 그 촬영을 심각하게 생각했는지 끝나고는 ‘성인이 돼서 연기를 하면 키스신 더 많을 텐데 첫 키스신이라고 실망하고 서운해하지 마’라고 말하던데요?”
![]()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보고싶다’ 속 풋풋하면서도 슬픈 사랑 이야기를 그려나간 김소현과 여진구는 특별한 인연임에 틀림없다. 김소현은 여진구와 올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MBC ‘해를 품은 달’에서는 남매로, 이번 작품에서는 첫사랑의 상대로 등장해 열연을 펼쳤다.
“진구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지냈어요. ‘해를 품은 달’에서는 짝사랑하는 감정에 몰입하다보니 진구 오빠한테 서운한 마음이 있어서 지나갈 때 일부러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기도 했죠. 근데 이번 작품에서는 첫사랑이다 보니까…흐흐. 사실 오빠가 편해서 연기할 때 정말 좋았어요.”
아역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찾기 쉽지 않아서일까.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의 장난이라 말하기엔 아름답게 느껴지면서도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러기에 두 사람이 실제로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사춘기인 데다 비슷한 나이 또래이기에 서로를 실제 이성으로 느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남자친구로서 여진구 오빠요? 한 번쯤은 생각해 봤어요.(웃음) 근데 어렸을 때부터 봐온 사이기도 하고 오빠가 동생처럼 잘해줘서 남자로서 설레는 감정은 사실….”
울고 웃으며 함께 작품을 하며 김소현에게 연기자 여진구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김소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감탄사를 동원해 여진구를 칭찬하기 바빴다.
“연기자 여진구라…98점? 같이 연기를 하다보면 오빠는 모든 면에서 능숙하게 잘하는 것 같아요. 멜로를 할 때도 마치 경험이 많은 것처럼 잘했는데, 또 눈물연기나 그런 아픔을 표현할 때도 정말 잘 소화하더라고요. 오빠 연기를 보면서 ‘저 사람이 어떻게 중학교 3학년이지?’라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그리고 목소리도 엄청 멋있잖아요.”
![]()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김소현이 말하는 ‘보고싶다’
김소현의 활약을 처음부터 지켜보지 않은 시청자들이라면 “쟤는 왜 머리에 빨래집게를 꽂고 있는 거야? 혹시 미쳤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김소현의 머리에 달려 있던 빨래집게는 극중 한정우가 이수연에게 사랑의 증표로 건넨, 이수연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로맨틱한 선물이다.
“작은 소품인 데도 작가님이 정말 예쁘게 그려주셨더라고요. 빨래집게 하나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어요. 제가 빨래집게를 선물로 받았다면…좋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으면 뭐라도 좋지 않을까요? 근데 극중 수연이는 못 살고 정우는 잘 사는데…그런 거 생각하면 정우가 뭘 사줄 수도 있었을 텐데.(웃음)”
‘보고싶다’는 초반 많은 호평을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그런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터. 주인공 이수연을 연기한 김소현이 생각하는 ‘보고싶다’의 특별한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첫사랑이 소재지만 고등학생이 아닌 정말 풋풋한 열다섯 살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고, 실제 진구 오빠나 제가 캐릭터들 나이와 비슷하다보니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어서 ‘보고싶다’가 좋은 평을 받은 것 같아요. 시청률이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박유천 오빠나 윤은혜 언니 나올 때 시청률 팍팍 나오게 더 열심히 응원할 거예요.”
김소현에 이어 5회 중반부터 성인 배우들이 등장했다. 스스로 “짧지 않은 분량이었고, 배운 것도 많다”고 말할 만큼 ‘보고싶다’는 김소현에게 의미가 컸다. 그만큼 퇴장해야하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당연지사.
“살짝 아쉽긴 한데 그래도 대만족이에요. 5회라는 분량이 그렇게 적지 않았던 것 같은데 주변 평가도 좋았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더욱이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근데 방송을 보면 제 행동이 약간 부자연스럽더라고요. 그게 아쉬워요. 제가 조금 뻣뻣하거든요. ‘놀러와’에서 롤리폴리 춤 췄을 때 보셨잖아요…그리고 대사 경험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어색한 부분이 많았는데 앞으로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고쳐나가면 성인 연기자가 됐을 때 더 완벽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김소현은 배우 손예진을 시작으로 한가인, 최근에는 극중 자신의 성인 역할인 윤은혜까지 유난히 ‘닮은꼴 배우’가 많다.
“윤은혜 언니 닮은 꼴 사진은 얼마 전에 엄마가 찍어주셨는데 사실 저도 보고 깜짝 놀라긴 했어요. 그 사진은 제가 봐도 정말 똑같이 나오긴 했더라고요. 그래서 제 SNS에 바로 올렸죠.(웃음) 근데 다른 사진은 아무리 봐도 다른 언니들과는 안 닮은 것 같은데…언니들이 훨씬 예쁘신 데도 그렇게 얘기를 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죠.”
'미녀배우의 닮은꼴', '인형외모의 소유자' 등 칭찬이 자자하기에 스스로의 외모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져도 될 법 하지만, 김소현은 자신의 미모에 대해 믿을 수 없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솔직히 외모에 자신감은 없어요. 이런 걸 얘기해도 되나…제 얼굴 볼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엄마도 제 얼굴 보면서 ‘그렇게 만족스럽지가 않다’고 말씀하세요. 사실 저도 그래요. 그래도 굳이 좋은 점을 꼽자면 전체적인 분위기에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다는 것? 정말 못 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불쌍해 보일 때도 있고, 때로는 웃기게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소현에게는 한동안 ‘전교 1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빼어난 미모에 공부까지 잘한다면 팬들에겐 금상첨화(錦上添花)지만, 그녀에겐 이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김소현이 이를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성적표를 공개하는 것. 하지만 성적표가 공개되자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됐다.
“제 모든 기를 다해 만든 성적표랍니다! 당시 두 편의 드라마를 찍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성적표를 공개한다고 해놓고는 실망스런 점수를 공개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 그래서 차로 이동할 때 멀미하는 데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심지어 집에 와서는 밤 새워서 하기도 했고요. 다행히 첫 날 시험은 잘 봤는데 둘째 날 시험 준비하면서 몸이 엄청 아파서 응급실 갔더니 장염이랑 위염이 같이 온 거더라고요. 그래서 둘째 날 시험을 아예 보지도 못했다니까요. 시험 끝나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그렇지만 연기를 한다고 해도 공부는 놓칠 수 없는 거다 보니 지금도 잘 하려고 노력은 해요.”
![]()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열네 살, 한창 뛰어 놀고 싶은 철없는 나이다. 특히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추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중요한 한 장면으로 남는다. 하지만 김소현은 평범한 열네 살 소녀들과 다른, 촬영장을 누비고 다녀야 할 아역배우였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같은 거 가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졸업사진에 제 사진이 없는 걸 보면서 속상해서 엄마한테 울면서 얘기한 적도 있고요. 근데 그런 걸 못 누린 대신 전 지금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있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진로를 빨리 정했다는 것에 위안을 받고 있어요.”
지금은 99년생 아역배우 전성시대다. 김소현 외에도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에서 활약한 김유정이 99년생 아역배우를 대표한다. 친구이면서도 같은 소속사 식구이기에 김소현에게 김유정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남달랐다.
“유정이는 정말 연기를 잘 하는 거 같아요. 진짜 친한 친구이거든요. 그래서 라이벌이라는 감정은 느끼지는 않는데 자극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유정이에 비해 경력이 짧긴 하지만 동갑이다 보니까 어떻게든 비교가 되잖아요.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아역배우가 성장해 성인배우로 거듭나듯, 김소현도 언젠가는 성인배우의 위치에 서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것이다. 그녀는 어떤 배우로 성장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할까.
“6년 후면 20살이 되고, 성인 배우가 되겠지만 한 순간 크게 터뜨려 주목을 받는 배우가 되길 원하지는 않아요. 한 순간에 인기를 얻고 한 순간에 그 인기가 사라지면 슬플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전 꾸준히 하면서 인정을 받는 오랫동안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실 제가 그렇게 욕심이 많지는 않아서….(웃음)”